“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義)요 생명(生命)이요 교훈(敎訓)이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해, 91년 전 오늘 민족대표 33인에 의해 독립선언문이 낭독되고, 이어 저들의 총칼 앞에서 대한독립만세가 울려 퍼지던 바로 그 날이다.

그러면 왜 독립을 외쳐야만 했던가. 그것은 사로잡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사로잡혀야만 했던가. 그것은 무지 때문이었다. 그 무지는 다름 아닌 부정과 부패를 생산했고, 그 부정과 부패의 개념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달랐으니 당시의 신분과 지역과 남녀노소였다.

즉, 양반과 상놈이며 동인과 서인이며 노론과 소론이었다. 이는 하나 됨을 방해하는 분열의 씨를 잉태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대적 현실을 꿰뚫은 민족의 선각자들이 뜻을 같이 했으니, 그들은 각기 다른 종파의 종교지도자들이었으며 종파를 넘어 하나이며, 나라와 민족과 백성이 있어야 종교도 필요함을 깨달은 것이다. 그 결과 ‘오등(吾等)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는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때가 표면적 억압의 시대였다면 오늘날은 육체는 자유로울지 몰라도 이면적으론 그 때나 다름없는 무지로 인해 야기되는 부정과 부패의 늪에서 허덕이는 사로잡힌 시대임을 깨닫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또한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 되는 양심의 선언문이 마땅히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바로 다른 곳이 아닌 당시 독립선언문에 명백히 기록되어 오늘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 신천지(新天地)가 안전(眼前)에 전개(展開)되도다 위력(威力)의 시대가 거하고 도의(道義)의 시대가 내하도다…” 즉, 도래할 새 시대를 예언한 희망의 메시지였다.

백 년 전 아니 그 이전, 조선시대는 계층이 있었다. 소위 양반과 상놈이다. 당시 양반층은 상민층을 동족의 의미로 보지 않았으며 상민층보다 중국의 지식층에 더 동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예로 정조 때 ‘아족’ 즉, 여진족과 왜 등과 구분 지어 우리는 같은 ‘우리 민족’이라는 의미의 민족적 표현에 대해서도 당시 양반들은 동의는커녕 신분계급 유지를 위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로 볼 때 당시는 하나의 민족이었음에도 사실은 민족에 대한 의식이 없었으며, 있었다면 사대주의적 근성뿐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 결과가 식민지를 낳았다.

저들의 말굽아래 들어가서야 비로소 깨달은 내용이 바로 독립선언문의 내용이요, 그 내용은 도래할 신천지시대를 암시하는 예언적 메시아적 사상의 선언문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미 남사고의 격암유록이나 정감록 등에 예시된 바이기도 하다. 어찌됐던 사로잡히고서야 잡힌 자 중에서 선각자들의 입을 통해 깨닫게 하는 섭리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독립협회에선 그제야 ‘동포여(형제자매라는 뜻이며 나아가 민족 전체)!’는 표현이 나오고, 또 갑오경장을 계기로 신분제가 없어지고 실질적 민족적 동질성이 확보되기 시작했음을 역사는 잘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날 3․1운동을 통해 깨달아야 하는 것은 단순 일제저항차원의 만세운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신분과 지역과 남녀노소를 뛰어넘는 근대 민족형성의 중요 계기가 되었음을 발견해야 하며,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이제 생각할 것은 91년 전 외침이 미래 예시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진면목을 면밀히 읽을 수 있을 때 선조들이 흘린 피 값의 효력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이다. 왜냐, 도래할 신천지시대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부정과 부패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를 알아야 무지 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이면적 자유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국고를 축내고, 뇌물에 의해 불합격이 합격이 되는 것만이 부정이요 부패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 됨을 방해하고 있는 온갖 낡은 생각과 의식, 사대적 사고와 가치관이 진정한 부정과 부패다. 바로 이를 척결하는 새로운 운동이 온 국민의 마음에서 그 날의 만세 운동과 같이 활활 타올라야 한다.

그 부정부패의 요인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곁에 있다.

바로 오늘날의 신분과 계층, 지역 간 이기주의, 종교적 편파와 편향, 인터넷을 통한 각종매체의 인신 공격적이며 명예훼손적 발언, 형평성을 잃은 각종 행정, 빈부의 괴리, 도시와 농촌의 간격 등이 이 시대가 하나 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며 진정한 부정과 부패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누구의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다. 하나의 동포의식으로 나라와 겨레 위해 희생하고 애쓸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91돌 3․1절을 기념하는 의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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