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시의회(옛 부민관)에서 부민관 폭파 의거 7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시의회에서 ‘부민관 폭파 의거’ 71주년 행사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우리가 바라는 건 나라의 독립이다. 위험하다 해도 지금의 (일제 치하의) 상황보다 위험한가…”

23일 ‘부민관 폭파 의거’를 이룬 조문기·유만수·강윤국 지사가 한 말들을 재연한 것이다. 이날 서울시의회에서는 ‘부민관 폭파 의거’ 71주년을 맞아 기념식이 개최된 가운데, 당시 상황을 재연한 영상을 상영했다.

부민관 폭파 의거는 경성부 부립 극장인 부민관(현 서울시청 옆 서울시의회 자리)에서 친일파 박춘금 등의 주최로 일제 고위관료들이 집결해 ‘아세아민족분격대회’가 열리던 중 애국 청년 조문기·유만수·강윤국이 사제폭탄을 터트린 사건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이뤄진 이날 기념식에서는 당시 의거 상황을 재현한 연극 ‘정의의 폭탄’의 영상을 16분으로 축약해 보여줬다.

영상에서는 조문기 독립지사가 생전에 “그 시간 (일본인들과 친일파들이 단에 올라설 때) 정확하게 3분 만에 터뜨렸다”며 “당시 거사를 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알린 것이다. 일제 마지막 순간까지 독립운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결국 분격은 우리 한국 청년이 일제를 향해 해냈다”고 말했다.

1945년 7월 24일 일제는 연합국에 항복 직전에 겉으로는 일제가 조선인들을 모아 미국 등 연합국을 몰아내야 한다며 분격대회를 열려고 한 것이지만, 사실 조선지식인 20만~30만명을 말살하는 음모를 현 서울시의회 자리(당시 부민관)에서 꾸민 일이었다.

당시 한국의 젊은 청년이었던 조문기·유만수·강윤국 3명의 지사는 이들 일제에게 폭탄을 투척하면서 행사는 무산되고 20여일 후 무사히 해방을 맞이하게 됐다.

▲ 23일 서울시의회(옛 부민관)에서 부민관 폭파 의거 71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가운데 민족문제연구소 함세웅 이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23일 서울시의회(옛 부민관)에서 부민관 폭파 의거 7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독립지사들의 정신을 기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23일 서울시의회(옛 부민관)에서 부민관 폭파 의거 71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가운데, 조문기·유만수·강윤국 지사를 기리며 당시 상황을 재연한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제 말 마지막 의거 현장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일어난 의거 중 현장이 남아 있는 곳은 과거 부민관이었던 서울시의회 건물이 유일하다.

이곳은 1935년 20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이었다. 광복 후 1975년까지 국회의사당으로 쓰였고, 이후 세종문화회관 별관으로 사용하다가 1991년부터 서울시의회 건물로 쓰이고 있다.

이날 유족인사에 나선 조문기 지사를 가까이 모셨다고 하는 차영조 선생은 “조문기 선생님의 영결식을 이 자리에서 했었다”며 “조문기 지사님은 사회 경험이 없는 18세 청년이었고 유만수 강윤국 지사도 1~2살 위였다. 한국의 젊은 청년이 일제 말 거사를 이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소헌 광복회 화성시지회장은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행사였다”면서 “생전에 조문 지사를 생전에 광복절 기념행사장 등에서 봤는데 강직하고 청렴하고 의지가 분명했던 분으로 기억한다. 돌아가신 지가 10여년 됐다”고 소개했다.

이날 민족문제연구소 함세웅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운 교훈은 친일, 반민족을 정리하지 못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라며 “일제를 처단했던 (조문기·유만수·강윤국) 세 분 의사님들의 기본 정신을 기리자”고 말했다.

카톨릭 신부이기도 한 함 이사장은 “성경에는 ‘칼과 창을 쳐서 낫과 보습을 만든다’라는 말씀이 있다”라며 “지금의 사드 문제도 미국과 일본을 위한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말처럼 남한과 북한은 한 형제임을 알고 북을 껴안아야 한다라는 말도 되새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23일 서울시의회(옛 부민관)에서 부민관 폭파 의거 7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독립지사의 정신을 기리자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