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저항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떠한 비난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 불순세력들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와 관련해 근거 없는 비난이나 괴담에 흔들리지 말고 국가와 국민 안위를 위해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민의 생각은 좀 다르다. 사드와 관련해서는 좀 더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반대 논리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런 비판이 당연하다. 정부가 끝까지 확실한 사실과 과학적 자료로 주민과 국민을 설득시켜야 할 문제이다. 터무니없는 괴담은 철저히 차단해야 하겠지만 건강한 반대 의견까지 ‘불순세력들’ 운운하며 이들을 가려내야 한다는 것은 자칫 군사정권 때의 공안당국 수법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과 연관된 여러 가지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사실 여부를 다퉈야 할 문제이지만 이런 현실 자체가 이미 박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임기 말의 전형적인 ‘레임덕 현상’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국민은 우병우 수석의 해명이나 넥슨 쪽의 해명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일부 거짓말을 한 것도 전해지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이미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이 세간의 ‘불순한 의혹’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오갔던 윤상현 의원 등의 녹취록 파문이 갈수록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당시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이 개입됐으며 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했다. 정무수석의 발언은 곧 대통령의 메시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청와대 측은 현 수석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런 대응은 상식 밖의 일이다. 그토록 민감한 총선 시기에 현직 정무수석이 공천 과정에 개입해서 사실상의 압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으며 그 녹취록까지 공개됐는데도 어찌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작금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국민의 눈으로 최근의 난국을 초래한 근본 원인을 짚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적폐들을 일소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은 열심히 일 하는데 ‘불순세력들’은 그저 대통령이 하는 일에 방해나 하고 시비나 거는 것쯤으로 인식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정말 현실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대통령 주변에 붙어있는 그 ‘불순세력들’부터 먼저 정리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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