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관아로 돌아온 유방은 시황제의 대규모 능의 공사에 죄수들을 인솔하고 역산으로 출발했다. 중간에 죄수들이 하나 둘 도망쳐 버리자 그대로 가다가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았다. 유방은 어느 밤에 나머지 죄수들 앞에 나서서 모두 풀어 줄 터이니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떠나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죄수 10여명은 유방의 부하가 되어 그를 따르겠다며 곁에 남았다. 

그들이 길을 떠나 늪이 있는 곳을 통과하는데 큰 뱀이 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다른 길로 돌아가자는 부하들의 말에 유방은 단칼로 뱀을 베어 버리고 술에 곯아 떨어져 버렸다. 

뒤따라오던 유방의 부하들이 뱀이 있던 곳까지 도착했을 때 한 노파가 어둠 속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노파에게 그 연유를 묻자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유방의 부하들이 어떻게 죽었느냐고 다시 물었다.

“아들 녀석은 백제의 자식이라오. 그 녀석이 뱀으로 변신하여 길을 막고 있노라니까 적제의 아들이 나타나서 칼로 내 아들을 두 동강을 냈지 뭐요. 그게 슬퍼서 우는 거라오.”

유방의 부하들은 노파가 자신들을 놀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채찍을 들어 내리치려고 하였더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부하들이 떠드는 소리에 유방은 잠을 깼다.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은 유방은 이것은 어쩌면 진나라를 무너뜨릴 인물은 바로 자신이라고 하는 신의 계시일지도 모른다 싶어 내심 기뻐하였다. 그 이상한 일이 있은 뒤부터 유방의 부하들은 그를 공경하고 따르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동남쪽에 천자의 기운이 있다.”

진나라 시황제는 자신이 살아 있을 때 늘 이렇게 뇌까리며 신경을 쓰고 있다가 마침내 동쪽으로 가서 진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소식을 들은 유방은 혹시나 자기에게 관계된 일이 아닐까 염려되어 망산과 탕산의 험준한 산악지대로 도망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가 몸을 숨긴 곳을 아무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도 그의 아내는 곧장 그 곳을 찾아왔다. 유방은 깜짝 놀라 어떻게 알고 찾아냈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계신 곳은 언제나 운기가 감돌고 있어 찾기가 쉬워요. 틀림없이 계시니까요.”

아내의 말을 들은 유방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야기가 전해지자 패현에서는 유방의 부하가 되려는 자들이 더욱 늘어났다. 

진나라 호해 황제 원년 가을 진승의 무리가 기현에서 봉기를 하여 일어났다. 진승은 진나라를 점령한 다음 스스로 왕이라 칭하고 국호를 ‘장초’라 했다. 그렇게 되자 주변의 여러 현에서도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현령이나 관리들을 죽이고 앞 다투어 진승에게 호응하기 시작했다. 

패현의 현령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할 수 있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진승이 있는 기현까지 갈 것이 아니라 바로 이 패현에서 일어난 뒤에 그쪽하고 연락을 하자.”

그렇게 결정한 현령은 측근들에게 자신의 뜻을 타진해 보았다.

그러자 관리인 소하와 주리(옥리)인 조삼이 곤란하다는 표현을 했다. 

“현령께서는 진나라의 관리입니다. 진나라에 반기를 든다고 해서 패현의 젊은이들이 기꺼이 동조할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때에 현령께서는 현 밖으로 쫓아냈던 녀석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수백명은 손쉽게 모아지겠지요. 그들을 앞세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 패현의 젊은이들도 현령님을 따르게 될 것입니다.”

현령은 그 의견을 받아들여 부하인 번쾌를 시켜 유방을 불러들이게 했다. 

그 무렵 유방은 백명에 가까운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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