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차의 니로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해 인젝터 불량 등의 부품 결함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 판매할 친환경 전략 차량으로 니로를 지목했다. 향후 국내 니로 전체 판매 차량에 대해 인젝터 수리 여부가 국내와 해외 차량을 차별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 주목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연료분사장치 ‘인젝터’ 불량 접수 사례 늘어
가속력 저하·시동꺼짐·환경오염 현상 우려
소비자 전문가 “불량 인정하고 리콜 해야”
美 수출 앞두고 국내와 차별 여부도 주목돼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국내에서 8000대 가까이 판매되고 해외시장 진출도 앞둔 현대·기아자동차 ‘니로’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결함 가능성이 발견됐다.

하지만 회사는 문제제기를 하는 일부 소비자에게만 무상 교체 수리를 진행하는 등 ‘쉬쉬’하는 분위기다. 인젝터 불량은 시동 꺼짐 현상 등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고, 불완전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와 유해가스 증가 등 환경오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사태는 심각하다 할 수 있다.

20일 자동차 소비자분야 전문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니로 차량이 엔진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연료분사장치인 ‘인젝터’의 불량 문제로 밝혀졌다.

인젝터는 차량의 연료를 엔진의 연소실 내로 분사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이 부품이 이상이 생기면 공회전 시 엔진의 회전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에 주행 시 가속력 저하나 엔진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사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젝터 불량은 불완전 연소로 이어지며, 연료는 연료대로 들고 이산화탄소와 유해 가스량이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친환경차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될 수 있다.

서울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인젝터는 차량의 연료를 엔진의 실린더 내로 분사하는 장치로 이 장치가 불량이 되면 차량 시동이 잘 걸리지 않거나 울컥거리는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기아차의 니로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해 인젝터 불량 등의 부품 결함 가능성이 제기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감추려는 업체, 불안한 소비자

탑승자 안전이나 환경오염 문제를 고려할 때 심각한 사안이지만 현대·기아차는 ‘엔진 경고등’이 발생하는 일부 차량에 대해서만 무상 교체와 수리를 진행할 뿐 사태를 감추려는 분위기다.

니로 차량 관련 동호회에서는 인젝터 불량과 관련해서 불만과 불안을 나타내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 동호회에서는 인젝터 불량 문제와 관련해서 지난 8일 공지를 하고, 2016년 3월 10일부터 2016년 6월 22일 생산한 7847대 차량에 대해 같은 달 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인젝터 교환 등의 수리가 가능하다고 알렸다.

하지만 댓글에 아이디명 ‘경기****’는 “공지를 보고 (기아차 정비수리를 담당하는) 오토큐에 다녀왔지만 관련 경고등이나 경고 코드가 발생하지 않으면 교체를 해줄 수 없다고 한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오토큐 업체 관계자는 “차량에 경고등이 뜨지 않으면 인젝터 교체가 불가하다”면서 “아직은 본사에서 인젝터 교체와 관련한 공지가 내려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결함 인정해야 진정한 고객관리”

한국소비자원에서 20년간 자동차 분야를 담당한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도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서 소비자의 문의를 받아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 본지 자동차칼럼에서도 상세 내용을 밝혔다(하단 관련기사 참고).

김종훈 대표는 “해당 차량 소비자가 3주 동안 엔진경고등이 5회나 점등됐지만 업체는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다가 뒤늦게야 찾아냈다”며 “장기간 방치 후 초기 시동을 걸 때 연소가 불안정해지고 운행 중에 엔진 경고등이 점등되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대·기아차 측은 인젝터를 교체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젝터 문제인 것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아무 잘못 없는 소비자만 골탕을 먹은 셈”이라며 “자동차 업체가 비공개적으로 무상 수리를 해주는 캠페인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불만이나 결함이 생겼을 때는 신속히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를 만든 회사가 고장이나 결함 원인을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결함에 대해 변명을 하기 보다는 솔직히 인정하고 고쳐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진정한 고객 관리다”라고 강조했다.

◆니로, 미국 수출 예정… 국내차와 차별 논란 주목

▲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전략으로 니로를 미국과 유럽 등에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앞서 현대·기아차는 정몽구 회장 주재로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장과의 회의 자리에서 글로벌 친환경차 전략으로 ‘니로’ 하이브리드 SUV를 미국과 유럽, 중국에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국내 니로 모든 차량에 대해서 명확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와 글로벌 차량에 대해 차별을 한다는 의심에 휘말릴 수도 있다.

미국의 자동차 규제는 국내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인젝터 불량 문제로 리콜 가능성을 껴안고 해외 판매를 할 수 없다.

만약 국내 판매된 전체 니로 차량에 대해서 인젝터 부품을 교체하지 않았는데 미국 등에서 출시를 하고 판매에 들어간다면, 국내 차량과 다르거나 인젝터 부품 교체를 완료한 차량을 팔았다고 볼 수 있어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국내 차량과 차별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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