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

 

지방에 거주하는 여성 소비자는 새로 출시된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6월에 구입했다. 인수한지 이틀 만에 주유를 하고 나니 계기판에 엔진경고등이 점등됐다. 무서운 마음에 근처 자동차회사 부분정비업소를 방문해 점검한 결과, 원인은 모르겠으나 주행에는 문제가 없다며 경고등을 삭제해줬다.

4일 후 주유를 하고 한 시간이 지난 뒤 두 번째 엔진경고등이 들어왔다. 다시 정비업소를 가서 스캔을 하니 지난번 점등됐던 것이 완전히 소거가 되지 않은 거라며 삭제해줬다.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주유 캡 오링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당일 저녁에 시동을 걸자 엔진경고등이 또 들어왔다. 정비업소에 가니 대기차량이 많다고 해서 근처 다른 정비업소에 갔다. 차를 맡겨야 한다고 해서 맡겨놓고 퇴근 후 차를 찾으러 갔는데 배선을 교환했다고 했다.

수리 당일 저녁을 먹고 시동을 걸었는데 4번째 경고등이 들어왔다. 다음 날 항의를 하니 내일 본사 품질팀과 연구소 직원들이 와서 차를 진단하겠다고 차를 다시 맡길 것을 부탁했다.

결과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경고등이 떠 있는 상태에서만 진단이 가능하다며, 더 타다가 경고등이 들어오면 다시 점검하겠다고 했다. 왜 이런 차를 왜 팔았냐고 항의를 하자 엔진오일 교환 쿠폰을 챙겨주겠다는 답변이었다. 며칠 후 다시 경고등이 들어왔다. 연구원들이 오기로 했다면서 한번만 더 차를 맡기라고 했다. 역시 결과는 또 원인불명이었다.

원인규명을 위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 차에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가 경고등이 들어오면 버튼을 눌러 달라고 요청을 했다. 여태껏 차를 제대로 고치지도 못하고 점검하면서 대여차도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는 평소 하던 일도 보지 못했다.

차량을 인수 받은 지 3주 동안 엔진경고등이 5회나 점등되어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 소비자는 화가 치밀어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했으나 갖은 핑계를 대면서 서로 책임만 전가했다.

며칠이 지나자 자동차회사는 장기간 방치 후 초기 시동을 할 때 연소가 불안정해 운행 중에 엔진 경고등이 점등되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후속조치로 연료분사장치인 인젝터(Injector)를 교체해 주기로 했다.

결국 인젝터 문제인 것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아무 잘못 없는 소비자만 골탕을 먹인 셈이다. 공개적인 자동차 리콜이 아닌 경고등이 점등되는 차량에 대해서만 비공개적으로 무상 수리를 해주는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이다.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소비자 불만이나 결함이 생겼을 때는 신속하게 원인규명을 해야 할 주체는 자동차회사인 것이다. 즉 차를 만든 회사가 고장이나 결함의 원인을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후속조치 또한 소비자에게 불편이나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분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자동차에 결함이 발생하면 여러 변명만 하기 보다는 인정할 것은 제대로 인정하는 솔직한 고백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고객관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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