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소셜미디어(SNS)의 힘을 다시 실감했다. 지난 주말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잠재운 일등공신은 SNS였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아이폰의 영상통화 앱인 페이스타임을 통한 CNN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나서달라”고 외쳤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국민 모두 광장과 공항으로 나가 쿠데타 군인과 맞서라”고 호소했다. 이런 메시지는 SNS를 통해 터키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지지자들은 거리로 몰려나왔다. 이들은 맨몸으로 탱크에 올라가 군인들과 싸웠다. 군인들은 먼저 앙카라에 있는 국영방송 TRT를 장악했지만 SNS의 힘을 당하지 못했다. SNS 등장 이전 시대 같으면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탱크를 몰고 총칼로 위협하며 정부 주요시설을 점거하는 예전의 쿠데타 방식이 SNS를 활용한 21세기의 여론전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SNS는 극적인 순간에 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촌음을 다투는 긴급 사안에 대해 빠른 속도감과 넓은 파급력으로 개인, 집단, 지역을 넘어 많은 사람을 그물 같은 연결망으로 묶어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SNS의 강점이다. SNS는 아랍의 민주화를 불러온 수년 전 ‘재스민 혁명’서부터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IS 소행의 각종 테러 사태 등에서 순간적으로 포착한 생생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파했다.

SNS 이전까지 정보소통의 도구는 신문, 방송 등 매스미디어였다. 18,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신문, 방송은 새로운 정보와 소식 등을 뉴스 형식으로 전달해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신문, 방송으로 대표되는 언론을 입법·행정·사법에 이어 ‘제4부’라 칭한 것은 그 힘과 효과가 강력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신문, 방송과 함께 인터넷, SNS를 제4부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가 지난 15일 주최한 ‘리우올림픽 언론보도의 초점과 방향’이라는 주제의 특별세미나는 SNS가 스포츠보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올림픽’ 시대를 맞은 뒤 다음 달 초 개막될 리우올림픽은 본격적인 ‘SNS 올림픽’ 시대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게 스포츠미디어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리우올림픽서는 기존 신문과 방송 등의 매체와는 별도로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금메달의 극적인 순간, 승자와 패자의 기쁨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장면, 인간 승리의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벅찬 환희의 무대를 SNS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관점으로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라커룸에서의 선수들의 잡담과 뒷이야기, 선수촌 숙소에서의 사적인 행동과 모습 등은 기존 TV서는 볼 수 없었지만 이번 리우올림픽서는 SNS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이미 신문과 방송 등은 인터넷과 SNS 플랫폼 기사를 자체 기사에 앞서 실시간으로 내보내고 있는 추세이다. 먼저 제작된 SNS용 기사 중에서 선별해 기존 시스템으로 뉴스를 생산한다. 어떻게 보면 기사 생산방식의 본말(本末)이 SNS의 등장으로 인해 뒤바뀐 셈이다.

올림픽 중계권을 갖고 있는 국내 SBS를 비롯 KBS, MBC 등 지상파 TV 3사는 변화하는 미디어 이용 상황에 대처하고 있지만 해법마련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김한종 SBS 스포츠방송기획팀 부국장은 “이번 리우올림픽은 경제침체와 미디어 컨버전스의 변화로 인해 방송 3사가 크게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청률 저하로 방송사 매출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면서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스포츠 방송에서 아직은 TV가 주 매체이고, SNS 등은 보조매체라는 반응이다. 올림픽, 월드컵 등 메가 국제이벤트는 정해진 시간에 열리는 관계로 TV가 경기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SNS는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 TV 중계권 수입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기 때문에 TV사들의 효과적인 중계를 위해 최대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 TV 등 기존 언론매체들이 생존전략에 부심하고 있지만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SNS로 흐르는 대세는 돌이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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