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중국이 G2로 성장하는 데는 중국 국내뿐 아니라 중국 출신 국외 사업가들의 활약이 컸다. 전 세계적으로 화교(华侨)인 수만 해도 약 90개국, 5500만명에 이른다. 그야말로 거대한 경제 군단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에서 화교 출신 기업들이 거주국에서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평균 70%를 상회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기업의 약 80%가 중국 출신임을 감안할 때 그들의 경제적 파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중국인은 유태인과 더불어 세계에서 돈을 잘 버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두 민족의 상인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자못 크다. 무엇 때문에 세계 경제를 견인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것일까? 평범하면서도 중요시하는 원칙이 있다. ‘신의’와 경제관념이 생활의 중요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의 꽌시(關係) 문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인간관계와 인연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신의’라는 대인관계의 원칙 때문이 아닐까 한다. 또 돈에 대한 관심과 높은 비중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인사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꽁시 파차이(恭喜 發財)’라는 인사말을 자주 쓰는데, 여기서 ‘돈을 번다’라는 의미의 ‘파차이(發財)’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신의’를 중요시 한 청나라 시대 거상 ‘교치용’을 보자. 이익보다는 ‘의’ ‘인정’ ‘신뢰’를 더 중요시 했다. 그는 진정한 사업 성공이 상호 믿음을 거래하는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신용과 의리를 우선하면 이익이 저절로 따라온다는 점을 실천적으로 보여 준 셈이다. 궁극적으로 부(富)의 생성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기인하므로 사람의 가치를 우선시했음을 알 수 있다.

유태인은 숫자를 생활화하고 있다. 숫자를 중시한다는 점은 정확하고 정직함을 상징한다. 이를 기본으로 한 유태인은 계약을 철저히 이행하고 약속을 충실히 지키기로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계약의 민족’이라는 표현까지 쓰겠는가.

21세기 접어들면서 중국 거상(巨商)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들은 무한이익을 추구하는 한편, 세계 최고를 목표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富)의 축적 원천을 신용 중심의 가치관, 윈-윈(win-win)정신, 개척정신, 체면 중심이 아닌 실용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형태의 거상들이 있다. 조선 후기 최고의 거상으로 거론되는 ‘임상옥’을 보자. 그는 사업 성공의 기준을 ‘정직함’에 뒀다. 그래서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이라는 좌우명을 두고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재물이 흐르는 물과 같기에,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독점하려는 자는 비극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또 다른 제주의 거상 ‘김만덕’을 보자. 그 역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직’이라는 기본 이념 아래 사업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개성상인 역시 ‘신용’을 최고의 상도로 여겼다.

‘신의’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경영인 마인드가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하여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존경받는 거상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직’이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인연’을 통한 최고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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