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자와 일반인들이 산사에서 머무르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있다. (출처: 템플스테이 홈페이지)

종교계 여름나기 이색문화 체험 일반인·이웃종교인 발길 이어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는 바다나 산과 계곡으로 휴가를 떠나는 가족단위 여행객과 피서객들이 많다. 종교계도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 저마다 독특하고 이색적인 여름나기 문화가 있어 소개한다.

◆산사의 이색문화 체험 ‘템플스테이’

1700년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한국 불교는 불자나 일반인들이 전통적인 수행문화를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준비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찰에 머무르다’라는 의미가 담긴 템플스테이는 2000년대 초, 푸른 자연이 살아있는 맑고 고요한 산사의 생활을 체험하는 이색문화를 만들어 알리기 시작했다. 불교의 문화를 체험하고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힐링하고 싶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뿐 아니라 이웃종교인들도 참여가 늘고 있다.

수려한 자연 환경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사찰에서 수행자, 즉 승려의 일상을 체험하며 마음의 휴식을 찾는 단순한 프로그램에서 점차 사찰의 특성을 살려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예불 및 발우 공양, 산책(포행), 참선, 스님과의 대화 등이 각 사찰에서 공통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찰마다 한 가지를 특별히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해 참가자들의 취향이나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오대산 월정사는 단기 출가로 스님들의 생활과 수행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새벽 숲길을 걸으며 자신을 찾아보는 해남 대흥사, 춤 명상으로 널리 알려진 김제 금산사, 차 만들기로 이름난 문경 대승사, 어린이 한문교실로 인기 높은 해남 미황사, 능가산을 트레킹하면서 숲을 체험할 수 있는 부안 내소사가 대표적인 사찰들이다.

또 다른 이색 템플스테이로는 한지공예와 단청을 가르치는 강화 전등사, 음악과 함께하는 서광사, 백련꽃길 걷기와 숲속명상의 공주 영평사, 사찰 주변의 야생화를 보고 익히는 생태체험의 서산 부석사, 외국인들만 받거나, 불교 전통 무예 등을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 천주교인들은 일상을 벗어나 자신의 쇄신을 위해 기도하며 배우는 피정을 참여한다. (출처: 월막 피정의 집 홈페이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쇄신하는 ‘피정’

가톨릭(천주교)에서는 고유한 영성수련법인 ‘피정(避靜, retreat)’이 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피정도 수백년의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피정은 성직자·수도자·신자들이 일상생활의 모든 업무를 잠시 피하여, 성당이나 수도원 등 조용한 곳에서, 장시간 자신의 쇄신을 위해 스스로를 살피고 기도하면서 지내는 것을 말한다.

피정은 피세정념(避世靜念, 세상을 피해 고요히 기도한다) 또는 피속추정(避俗追靜, 세속으로부터 떠나 고요함을 추구한다)의 준말이다. 16세기 성 이냐시오 로욜라는 그의 저서인 ‘영신수련(Exercitia Spiritualia)’에서 실제적인 피정의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1548년 교황 바오로 3세에 의해 인정되었고, 1922년 교황 비오 11세는 그를 피정의 주보(主保, 수호성인)로 선포했다.

교회법상 성직자들은 최소한 3년에 1회, 수도자는 1년에 1회 의무적으로 피정을 받아야만 한다. 피정은 참가자 수에 따라 단체피정과 개인피정, 또한 그 신분에 따라 성직자·수도자·평신도 피정으로 나누어지고, 평신도의 경우 나이·성별·직업에 따라 다시 세분화된다.

피정의 방법은 일반적으로 침묵 속에서의 묵상·성찰·기도와 강의 등으로 이루어진다. 현대에 들어서는 만남(encounter)·대화 등의 새로운 방법이 시도되며 발전하고 있다. 영적 지도자의 안내에 따라 진행하는 피정은 휴가를 이용해 영적 재충전의 시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피정의 유형은 일반 성인들의 가톨릭 영성체험과 청년들의 수도생활 체험으로 진행된다. 렉시오 디비나(성독, 聖讀), 향심기도, 이냐시오 영신수련, 예수마음기도는 전통적 가톨릭 수련법을 배울 수 있는 대표적 피정으로 꼽는다.

천주교계는 메마른 영혼(Soul)에 단비 같은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를 담아 ‘소울스테이’를 널리 알리고 있다. 피정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소울스테이는 가톨릭적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영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또한 전국에 있는 피정의 집과 수련원, 가톨릭 복지시설 등지에서 실시한다.

▲ 스님들이 천주교 소울스테이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이웃종교의 이색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출처: 소울스테이 홈페이지)

◆영성회복·자아발견의 시간 ‘수련회’

한국교회는 영성 프로그램으로 ‘수련회’ 문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여름과 겨울에 휴가철이나 방학 시즌에 맞춰 진행하는 수련회는 교회 신자들이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훈련함으로 신앙 성숙을 꾀하며, 심신을 닦고 단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수양회’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주로 하계수련회가 활성화됐으며, 교회를 떠나(대부분 2박 3일 또는 3박 4일간)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수련회는 새벽·아침·밤에 부흥회 스타일의 말씀과 집회가 이루어진다. 그 외의 시간에는 수련회의 성격에 따라 훈련(교육) 시간이나 휴식 시간을 가진다.

한국 교인들은 이 시간으로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이 세상에서 승리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고 훈련하는 기회로 삼는다. 영성을 회복하는 신앙 훈련, 자신의 정체성 확인, 이웃과의 관계를 이루어 가는 훈련, 공동체 의식 훈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이 밖에도 유교(유림)는 한국의 전통문화 유산을 배우고 체험하는 ‘서원스테이’를 운영하며 유학의 선비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여러 종교의 이색적인 여름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템플과 피정, 수련회 등 종교 수련문화 프로그램이 더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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