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내생순을 위한 스포츠와 예술의 통섭
[미술칼럼]내생순을 위한 스포츠와 예술의 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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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화가, 건국대 겸임교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1500m 및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오른 이정수는 “이번 금메달은 정말 꿈만 같다. 현실이 아니라 마치 딴 세상에서 딴 것 같다”고 하였으니 ‘내 생애 최고의 순간(내생순)’을 맞이한 셈이다. 한편, 20년 가까이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으로 활약한 이규혁, 남자 500m에서 15위, 1000m에서 9위에 그친 그는 올림픽에 5번째 도전하였지만 결국 우승을 하지는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 안 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며 울먹였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올림픽 이후의 계획을 잡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시간을 보내고 싶으며 그 이후에 차차 생각하겠다고 하였다.

실패를 스스로 용인하는 자세가 자신의 새로운 미래를 밝혀준다. 중요한 것은 인생은 단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순간 승부가 펼쳐지는 것이다. 0.001초 차이로 메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는 잔인한 스케이트 경기에서 어느 순간 누구는 인생역전하고 누구는 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선수 모두가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결과에 관계없이 겸손해야 하며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더 뜨겁게 살아야 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스포츠 경기는 인생의 한 축소판이다. 축소판 인생에서의 희로애락 뒤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기 마련이다. 분명한 것은 행운이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성시백, 김연아, 이호석, 이정수, 이규혁 등 모든 선수들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 이상의 각고의 노력으로 이 올림픽 자리에 온 것이다.

대학교 1학년 경제학 시간에 어느 교수께서 우리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사장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무엇인가요?” 그 현문에 대한 우답은 “부사장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다”였다. 승리에 가까이 있으려면 이길 수 있는 가까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준비된 자만이 승리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놈 시퀀싱’ 기술을 보유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인, 소위 게놈의 대가라 불리우는 조지 처치 교수는 35년간 인간의 염기서열 해독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한 우물을 파왔기에 오늘날의 자신이 있다고 했다.

뭔가 이루는 사람들을 보면 집요하게 준비를 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옳은 비전이든 그렇지 않은 비전이든 끊임없이 추구할 비전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엔 타당치 않아 보이던 비전이라도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전을 가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실패한 뒤에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한편, 골퍼 미셸 위가 골프 이외에 다른 것인 미술을 재미로 하는 이유는 골프 한 가지만 하면 행복하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술을 하면 창의력이 생기기 때문에 골프 실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대 출신의 루크 도널드도 말했다. 그는 “어느 선수나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편이 낫다고 본다”면서 “대회에 출전했으면 대회를 우승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지 고작 컷 통과를 목표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일전 미셸 위의 PGA 참가에 일침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떤 것에 대해 흥분하고 알아내고 싶다는 동기 부여를 받는 것이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창조성의 시발점이 된다고 보면 “나는 LPGA를 하기 위하여 PGA에 도전하며 나는 그 경험을 LPGA에 활용한다” 또는 “나는 스포츠를 하기 위해 예술을 즐기며 나는 스포츠에 그 예술을 활용한다”는 항변을 미셸 위가 루크 도널드에 할지도 모른다. 예술, 스포츠, 비즈니스 모두 창조성이 필요하다고 보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새로운 방법, 또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게 현명한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다른 경쟁자들보다 상당히 통섭적이고 융합적인 방법으로 자기 분야를 추구할 때 진정한 경쟁력이 생기는 것 아닐까? 조지 처지 교수는 “전혀 몰라서 두렵거나 불편한 분야도 들어보면 무척 흥미롭다. 내 전문 분야와 전혀 무관한 것을 계속 들으면서 지적으로, 사회적으로 뇌가 활발히 작동하는 느낌이다. 근육도 운동해야 잘 쓸 수 있듯이 뇌도 운동을 해줘야 한다” 하였다. 스포츠 선수들의 스트레스 해소나 창조성 강화를 위해서도 예술에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다. 21세기에 진정한 내생순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좌뇌, 우뇌 모두 균형 있게 활용하여 융합을 실현하는 통섭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한 우물을 파되 주변 환경도 어우러지게 파는 게 경쟁력이다. 안철수 교수가 말한 것처럼 우리 모두 끊임없는 배움으로 자신의 한계를 넓혀가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 A자형 인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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