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14일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이 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문제로 촉발된 여야 갈등으로 또 파행을 겪었다. ‘나향욱 발언’에 대한 이준식 교육부 장관의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컸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정회가 빚어졌던 것이다. 그만큼 나향욱 전 기획관의 이번 ‘개·돼지’ 발언은 단순하게 생각할 사안이 아님을 말해 준다.

나향욱 전 기획관의 막말성 발언으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교육부는 ‘파면’ 처분까지 결정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매우 잘한 일이다. 물론 고위공무원이 발언상의 이유로 파면 징계를 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발 빠르게 최고 수준의 징계를 결정한 것은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자칫 교육부 공무원 전체가 불신을 받게 된다면 더 이상의 교육정책은 어렵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임기 말 레임덕까지 가속화된다면 이만저만한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나향욱 전 기획관 같은 부류의 인사들이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의 존재 자체도 문제지만,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이에 대처하는 공직사회 내부의 자정능력이 얼마나 될까 하는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교육부의 ‘파면’ 처분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공직사회도 상당 부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철밥통에 기대어 세금이나 축내는 무능 관료들은 언제라도 퇴출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준식 장관의 최근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사건 당시 나향욱 전 기획관이 과음을 했다는 등의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음을 한 사람의 주장이나 논리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내용이 이미 공개되지 않았던가. 더욱이 ‘사적’인 자리였다는 식으로 물 타기 해서도 곤란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단호한 징계를 통해 끝까지 공직사회의 기강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런저런 해명은 오히려 교육부의 진정성만 떨어뜨리게 할 뿐이다.

나향욱 전 기획관은 뒤늦게 사과를 하면서도 당시 발언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준식 장관마저 이런 발언에 흔들리면 곤란하다. 앞으로 중앙징계위의 최종 결정과 어쩌면 법정 다툼까지 예비해야 할 것이다. 썩은 사과는 빨리 도려내야 한다. 이준식 장관은 더 단호하고 더 냉철해져야 한다. 끝까지 교육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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