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내에서 총무원장 직선제의 바람이 커지는 가운데 중앙종회가 7월 초 직선제특위를 구성, 총무원장 선거제 등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 3월 31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불광사에서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제1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열린 가운데 ‘총무원장 선출제도'를 의제로 논의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특위 위원, 받은 문자에 ‘반발’
“자의 참가?”… ‘모멸감’ 느껴

수장 직선제 등 선거제 논의
특위 결과에 안팎 관심 쏠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내에서 총무원장 직선제를 바라는 열망이 큰 가운데 중앙종회(종단 입법기관)가 ‘총무원장직선선출제특별위원회(위원장 태관스님)’를 구성하고 집중 논의키로 했으나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첫 회의를 개최한 직선제특위는 위원 허정스님(천정사 주지)을 해촉키로 결의한 것이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동료 위원을 해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해촉은 지난달 말 허정스님이 직선제특위 위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발단이 됐다. 스님은 다수의 위원에게 “저는 스님께서 직선제특위에 참여하신 것이 뜻밖이라고 생각된다. 스님께서도 자의로 참여하신 것인지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상당수 위원이 스님의 문자에 모멸감을 느끼는 등 특위 활동을 같이하기 어렸다는 거부 반응을 보여 결국, 지난 12일 총무원 2층 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가진 직선제특위는 허정스님을 해촉하기로 결의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를 앞장서 외쳐왔던 허정스님은 ‘총무원장직선선출제특별위원회’의 해촉 결의에 허탈감을 드러냈다.

허정스님은 직선제특위 회의에서 “직선제를 원하지 않는 분도 직선제특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자의로 들어왔느냐고 묻고 싶었다”며 “의욕이 앞서 불쾌하게 해드렸다”고 참회의 뜻을 전했다.

◆“의식 다른 이와 함께할 수 없다”

하지만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었다. 14명 위원 중 9명이 참석한 직선제특위는 개회 직후 덕조스님의 신상발언 요청으로 비공개 전환했으며, 6대 4로 허정스님 해촉을 결의했다.

위원장 태관스님은 “종도들의 열화와 같은 뜻을 받들어 직선제 안을 성안해 종회에 통과될 때까지 노력을 경주해야 할 조직”이라며 “그런데 마치 어용 집단이나 피치 못해 특위에 온 것 같다는 의식을 가진 분과는 같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체 의결에 의해 해촉을 결의했다”고 해촉 이유를 설명했다.

허정스님은 해촉 결의 후 “타의에 의해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특위에서 직선제 논의를 활발히 하길 기대했다”며 “회의에서 위원들에게 제안할 ‘총무원장선출 직선제(안)’을 준비해왔는데, 꺼내놓지도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선제특위는 위원장 태관스님을 비롯해 정산·정범(무차회), 덕조·제민(법화회), 선광(무량회), 현민·성조(정심회), 법원(화엄회, 대흥사), 혜수(비구니)스님 등 중앙종회의원 10명과 직선 실현 대중공사 준비위원회 목종·허정스님, 총무원 기획실장 혜일스님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특위는 첫 회의에서 위원을 15명으로 구성키로 하고, 허정스님의 빈자리와 위원 1명 등 2명을 추천 받을 예정이다. 직선제특위 간사로 목종스님이 추천됐다.

◆다수의 목소리 묵살한 소수의 힘

앞서 조계종 중앙종회는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대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결과 보고를 받고 ‘직선제특위’를 구성, 종단 내에서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관한 논의를 심도 있게 하기로 했다. 사부대중은 직선제를 바라고 있지만, 중앙종회는 사실상 이를 거부한 상태다.

지난달 초 차기 총무원장 선출제로 염화미소법을 골자로 한 ‘총무원장선출에관한법’ 제정안을 확정했다. 특위는 다만 선거인단(비구니와 재가자 포함) 수를 늘리는 것으로, 참종권(참정권) 확대 의미를 담기로 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는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의 선거인단과 중앙종회 위원 81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특위가 추진하는 염화미소법은 갈마위원회가 후보 검증을 마치고, 706명 선거인단(선거권자)이 투표를 통해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며, 종정(종단 최고 어른)이 3명의 후보 중 추첨을 통해 총무원장 1인을 최종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종도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비치며 직선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부대중은 최근 대중공사 설문을 통해 염화미소법안(9%)보다 직선제(61%)를 가장 선호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그런데도 조계종 집행부는 염화미소법을 강하게 추진하자, 허정스님은 지난달 한국불교언론인협회가 마련한 자리에서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이례적으로 ‘염화미소법’이 최선의 법이라고 힘주어 강조했을 때 (대중공사) 참석 대중의 입은 얼어붙었다”며 “‘염화미소법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만 지지한다’라는 전혀 불교적이지 않은 발언들이 이어져 나왔다. ‘모르지만 지지한다’는 것은 ‘나는 어떤 압력을 받고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풀뿌리지역연구소 손혁재 상임대표도 “현행 선거제도에서 금권선거, 과열 혼탁선거가 반복되는 이유는 총무원장 선출에 소수만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점차 커지는 직선제의 목소리

대한불교청년회, 바른불교재가모임,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10개 불교계 단체들이 지난 6월 조계종 중앙종회를 방문해 총무원장 직선제 선출안의 의안 상정을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올해 4월부터 진행된 지역대중공사에서 61%의 지지를 받은 총무원장 직선제 선출안을 중앙종회에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반면 반불교적이며 비민주적인 염화미소법을 제206차 중앙종회에 상정한다면 이는 그간의 대중공사를 통해 수렴된 종도들의 결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중공사 정신을 계승한 직선제는 계파정치의 폐해에서 생기는 금권선거를 막을 수 있다. 덕망과 소신을 갖춘 유능한 분이 총무원장으로 선출될 수 있는 우수한 선거제도”라고 거듭 직선제 의안 상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직선제특위는 이달 말 2차 회의를 열어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결과를 포함한 직선제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특위의 방향 설정과 세부 운영내용을 논의한다. 회의를 통해 어떤 방향이 제시될지 종단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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