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해 뜨겁다. 약 100년 전 구한말 열강들에 의한 팽창주의의 독무대가 됐던 한반도를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갑작스런 사드배치 결정으로 인해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 사이에서 사드는 하나의 뇌관이 돼 있다. 정치와 외교, 군사, 경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한반도는 방향을 잃고 격랑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배치와 관련해 1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저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과 국가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내외 반대목소리를 의식한 듯, 사드배치 결정이 우리 국민을 북한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방어 목적의 자위적 수단임을 강조했다. 이어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무수단 발사와 가장 최근 진행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을 열거하면서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통치권자로서 나라의 위기와 위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나아가 책임이 있기에 그에 따른 적절한 판단과 결단이 요구되며, 국민들은 마땅히 그 판단에 따라야 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기에 독단적이어서도 맹목적이어서도 안 된다. 설명과 설득, 민의의 수렴 등의 과정을 통해서 얼마든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나아가 최적의 방법을 통해 문제점이 발생한다 할지라도 국민의 총화(總和)로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리더십이고 위기를 컨트롤 해 나가는 능력이며 지도자의 귀한 덕목인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는 국민을,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외세의 침략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면 바로 정부와 국민 간의 상호 불신이다. 사드문제뿐만이 아니라 바로 얼마 전, 신공항 관련 깜짝 발표 등을 통해서도 정부와 국민 간에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게 파여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제 국민들도 사실과 진실을 접하고 공유하는 최첨단정보화시대를 살아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금번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사드배치 결정 배경 설명은 국민들을 우롱한다 싶을 정도로 사실을 교묘히 비껴가며 사드배치의 정당성을 주장해 나갔다. 사드배치의 실효성 여부, 분담금 관련, 갑작스런 사드배치 결정 과정, 부지 결정 관련, 전자파 관련, SLBM(잠수함탄도미사일) 격추가능 발언 등 어느 것 하나 신뢰를 주는 발언은 없었으며, 오히려 발표 후 국민들은 혼란을 가져왔고, 국론은 더 분열돼 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옛 말에도 ‘숲을 보고 나무를 보라’는 말이 있다. 더군다나 오늘날은 세계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시권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정세를 통해 국제관계의 변화 추이를 살피며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며 정치와 군사, 경제, 외교 내지 국제관계를 신중하게 설정해 나가야 한다.

브렉시트 즉, 영국의 EU 탈퇴에 이어 체코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민족주의라는 복고풍의 바람이 유럽에서부터 불기 시작해 미국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민족주의를 넘어 인종주의 나아가 우월주의라는 시대를 역행하는 이데올로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비근한 예로 미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 논란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와 선거 참모진은 미국 백인들의 현실적 분위기와 정서를 대변하는 철저히 계산된 발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하나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러시아 접경지역의 인접국가(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해 병력을 파견하면서 베를린 장벽 이후 유럽은 신 냉전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때를 맞춰 동북아시대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한반도에서도 사드배치로 인해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개념의 냉전체제로 재편돼 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박 대통령의 국민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킬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에서 결정한 사드배치가 국론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북한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물리적 타격 등을 운운하며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권모술수에 장단을 맞춰서도 안 된다.

다만 수세기에 걸쳐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일궈 온 지구촌, 봉건주의와 민족주의 나아가 냉전체제를 무너뜨리고 오늘의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시대를 열면서 그야말로 하나의 지구촌 시대를 목전에 둔 시점에, 다시 갈등과 차별과 대립의 관계로 돌아가야 하는 자충수를 둬야만 하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져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특히 동북아의 신 냉전체제는 수세기를 되돌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며, 그 중심에 한반도와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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