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수영스타 박태환은 제소를 해서라도 꼭 리우올림픽에 나가야 했을까.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결정이 이루어지고 나서 들었던 의문이다. 리우올림픽 출전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파동 결과 한국체육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출전여부가 불확실했던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지만 대한체육회는 중요한 것을 잃었다. 국가대표를 엄격히 관리하는 ‘헌법’인 국가대표 선수선발규정을 바꿔야 하게 된 것이다. 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선수선발 규정을 개정한다는 사실은 공평성을 담보로 하는 스포츠 정신에 결정적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공정한 기회와 과정의 틀을 지켜야 할 대한체육회가 스스로 공익기관으로서 역할을 못했다는 여론의 눈총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사실 이번 박태환 문제는 어떻게 보면 그가 자초한 것이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금지약물 복용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년 6개월 선수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박태환은 지난 3월 징계에서 풀렸다. 박태환이 복용한 네비도라는 근육강화 약물은 세계반도핑기구 1호 금지약으로 본인은 병원 측의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책임을 결코 면제받을 수 없다.

선수들의 약물복용에 단호히 대처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금지약물 징계 선수는 징계 후에도 3년간 대표팀에 복귀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제정, 이를 적용하고 있었던 터였다. 박태환은 국제연맹처분은 끝났지만 대한체육회의 강력한 조항에 걸렸던 것이다.

국제연명 징계에서 풀려난 박태환은 첫 번째 공식 무대인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4월 동아수영대회에 출전했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전 종목(100·200·400·1500m)에서 올림픽 A기준기록(자동출전기록)을 통과하며 올림픽 출전의 희망을 갖게 됐다. 이때부터 올림픽 출전여부를 놓고 박태환 측과 대한체육회의 공방전이 시작됐다. 박태환 측은 언론에 호소하며 여론의 동정을 유도했으며 법원 가처분 신청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를 했다. 언론도 그에 대한 동정론과 대한체육회의 원칙론을 둘러싸고 찬반이 엇갈렸다.

대한체육회 측은 김정행 회장이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다”며 스스로 국가대표 선수선발규정을 역행하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원칙과 기본을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한체육회 측은 국내 법원과 CAS가 박태환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공식화하자 곧바로 올림픽 출전 결정을 내렸다.

박태환 개인의 문제가 대한체육회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면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문제가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경우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케냐 출신으로 마라톤에서 한국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에루페(한국명 오주한)는 약물복용 전력으로 대한체육회로부터 귀화를 승인받지 못했으나 앞으로 재신청을 할 경우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으며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데 실패하거나 불만을 품은 여러 선수들이 박태환과 같은 법적인 절차와 방법 등으로 이의제기를 할 경우,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사실 박태환도 엄밀히 말하면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올림픽 출전을 허락받기 위해 훈련을 제대로 못하고 수개월간 ‘마음고생’을 했다. 훈련 부족은 기록으로 나타나 박태환의 현재 경기력은 2008, 2012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때 기록에는 많이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으로 선수로서의 자존감과 명예를 찾게 됐지만 메달 획득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결과적으로 박태환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지 올림픽 출전 그 자체일 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수영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국가대표 훈련 지원과 많은 스폰서 도움을 받은 박태환이 기존의 원칙과 틀을 깨뜨리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결과가 앞으로 한국체육에 어떠한 영향을 불러올까 심히 걱정이 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