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기자실에서 열린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 및 서해 5도 어업인 지원 방안 브리핑에서 서해 NLL 해역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전담하는 태스크포스 신설 등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부 中어선 단속 대책… 어민들 “실효성 없다”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정부가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에 대한 단속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어민들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며 답답함을 드러내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기획재정부 등은 11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근절 및 서해 5도 어업이 지원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이번 발표안은 중국 불법어선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원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어민들에 대한 조업 조건을 완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어민들은 정부가 과거 대책을 되풀이만 하고 있을 뿐 정작 피해 어민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중국 어선 단속 전담팀 운영… ‘특공대’ 상주
그동안 서해 NLL 수역의 불법조업이 급증했지만 우리 단속 함정과 인력, 장비 등은 대응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꽃게 철이 시작하는 4~6월과 9~11월에는 서해 NLL 부근에 경비함정을 추가 배치하고 ‘중국 어선 단속 기동 전담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군은 특공대 2개 팀을 상주시키고 국민안전처(해경)는 불법조업을 전담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해 무장과 기동성을 갖춘 중형 함정과 방탄보트도 추가 배치한다.

경비함정은 최대 9척 늘어나고 특공대와 특수기동대 병력 100여명과 헬기 1대도 추가 투입한다.

억류한 불법 중국 어선을 다시 찾아갈 때 내야 하는 담보금도 기존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양국 허가 없는 어선을 몰수할 수 있도록 EEZ 어업법 등 관련 법률도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해 개정해 나갈 방침이다.

불법 선박 처벌수위도 높였다. 불법조업 선박의 선장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률에서 정한 법정 최고의 벌금이 구형되도록 할 계획이다. 불법 어구와 어획물은 원칙적으로 압수한다. 담보금 미납 어선은 법원 판결 시까지 억류해 검거된 선박이 불법조업에 재사용 되지 않도록 한다.

영해침범, 무허가 조업, 공무집행 방해 등 중대 사항 위반어선은 담보금을 납부하더라도 국내 사법처리와 병행해 선박을 중국 해경 측에 직접 인계해 중국 측의 추가 처벌을 받도록 한다.

◆ 인공 어초 설치… 조업시간 연장
정부는 우리 어민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서해 5도 어업인 지원 방안’으로 중국 어선이 주로 출몰하는 해역에 인공어초의 성능을 함께 보유한 수중 구조물을 집중 설치한다.

인공어초가 중국어선들의 그물을 찢거나 수거를 방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20억원을 투입해 인공어초 16기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예비비 8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서해 NLL 수역에 대형 어초 64기를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특히 어업인들의 숙원이었던 어장확장과 조업시간 연장이 현실화된다. 오는 9~11월 꽃게 성어기에 연평도 어장 서쪽 끝단에 가로 7㎞, 세로 3.9㎞ 규모 수역에서 조업이 시범 허용된다.

또 연평어장 내 새우 조업이 이뤄지는 시기(4~5월, 10~11월)에 한해 조업시간을 현행 일출~일몰에서 일출 30분 전~일몰 후 1시간으로 약 1시간 30분 연장한다. 정부는 시범 조업을 거쳐 어업인 안전과 군 작전 등에 지장이 없으면 관련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 “피해 어민들 지원 방안은 어디로…”
매년 서해 꽃게 철이 시작되면 백령, 대청, 소청, 연평도 인근 수역에 200척에서 많게는 300척 이상의 중국어선이 우리 NLL을 넘나들며 불법조업을 하는 실정이다.

특히 10년 넘게 불법조업이 지속되면서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64% 감소하는 등 우리 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중국 불법조업 대책에는 피해 어민들을 위한 구체적 지원 방안이 제외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어 파산지경에 이른 어민들이 많은데 이들을 구제할 방안은 빠져 있다는 것이 어민들의 입장이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 대표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과거에도 계속 발표해오던 내용을 되풀이한 것 뿐”이라며 “담보금을 3억원으로 올린다고 해서 중국어선이 안 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상당수 어민이 오랫동안 꽃게가 나오지 않아 이미 파산지경에 이르렀는데 이 어민들을 구제해줄 구체적 지원 방안이 빠져 있어 답답하다”며 “어민들은 이미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공어초를 넣는 것은 중국 쌍끌이 어선만 막을 수 있는 단순한 방법밖에는 안 된다”며 “그 많은 돈을 들여 만든다면 좀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효과를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어민들은 이미 포기상태다. 어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하루속히 마련돼 가을잡이를 준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정부가 어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좀 더 심사숙고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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