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개신교계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을 제공받으면 처벌받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개신교계는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재물은 아무 유익이 없어도 정직은 생명을 구한다’는 잠언 성구 등을 들며 입법취지가 성경적으로 타당하고, ‘사회 투명성 확보와 공직기강 확립 측면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개신교계의 이런 입장을 보며 구구절절 옳은 말인데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처럼 투명성을 지지하는 개신교계가 실상은 그 어떤 집단보다 부패하고 썩어 냄새나기 때문이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서기관 바리새인의 말은 들어도 그 행실은 본받지 말라’던 성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사회를 계도해야 할 목회자들이 금권선거, 교회세습, 성폭행, 살인, 도박, 사기, 논문 표절 등 온갖 범죄에 연루된 것은 물론 목사증과 박사 학위를 돈으로 사고파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개신교 목회자들의 상당수는 교인들은 물론 사회의 신망을 잃었다. 또 같은 개신교계 내에서도 서로를 이단이라며 물고 뜯고 싸우는 모습은 ‘원수도 사랑하라’는 성경 교리와 배치돼 교인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거기에 ‘돈 없어 교회 못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헌금강요가 고착화된 곳이 대부분이고, 무리하게 교회 확장을 하면서 카드빚을 내서라도 건축헌금을 하라고 꼬드긴다는 원성이 터져 나온 곳도 부지기수다. 집사, 권사, 안수집사, 장로가 되기 위해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헌금을 내는 것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를 만큼 굳어진 교계 관행이다.

이런 개신교계가 5만원, 10만원만 받아도 처벌받는 김영란법을 환영한다니 반가우면서도 뻔뻔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진정 김영란법이 시급한 곳은 종교계요, 그중에서도 부패가 심각한 개신교계일 것이다. 특히 교단이나 연합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지출되는 비용이나, 직분 임직 시 내는 헌금은 사실상 보직 청탁비용인 셈이니 ‘교계 김영란법’을 만들어 금해야 할 부분이다. 사회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기 전에 심히 부패해 냄새나는 교계 내부를 정화시킬 강력한 자정법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개신교계가 조속히 추진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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