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를 5일 개최한 가운데 시민들이 1세기에 만들어진 ‘틸리야 테페 금관’을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제작시기 400~500년 차이
제작기법 다르지만 모양 흡사

“상징성 지닌 장식 비슷해
교류 차원서 연구할 만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진짜 ‘신라 금관’ 쏙 빼닮았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황금문화’ 특별전을 찾은 관객들은 ‘틸리야 테페 금관’을 본 후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1세기 만들어진 6기의 무덤 중 6호묘에서 발굴된 틸리야 테페 금관. 그 모습은 마치 신라 금관 같아 학자들도 신라 금관의 기원을 놓고 시선을 모으고 있다.

◆1세기 틸리야 테페 금관

틸리야 테페 금관은 언제 발굴됐을까. 1978년 소련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1929~2013)는 아프가니스탄 북부에 있는 틸리야 테페(Tillya Tepe) 유적을 발굴하고 있었다. 틸리야 테페는 우즈베크어로 ‘황금 언덕’이라는 뜻이다. 그해 11월 배화교 신전의 서쪽 구역에서 한 인부가 황금 원판을 발견했다. 다음 해 2월 8일까지 이어진 틸리야 테페 발굴은 무덤 6기를 조사한 후 일단락됐다. 발굴된 무덤 중 4호묘를 제외한 다른 무덤은 여성의 무덤이었다.

금관이 발견된 곳은 6호묘다. 주인은 20대 여성으로 추정됐다. 이 무덤에서 나온 금관은 나뭇잎 모양 세움장식과 화려한 달개(금관 따위에 매달아 반짝거리도록 한 얇은 쇠붙이 장식) 장식으로 꾸며졌다. 그 외에 화려한 장신구도 함께 발견됐다.

◆5~6세기 신라 금관

반면 신라 금관은 400~500년 뒤 세상에 출현했다. 신라는 삼국 중 가장 화려한 ‘황금 문화’를 꽃피웠다. 고대 일본 사람은 신라를 가리켜 “눈부신 금은(金銀)의 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금관’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신라 금관은 모두 여섯 점이다. 금관이 출토된 능묘는 황남대총 북분, 서봉총 북분, 금관총, 천마총, 금령총 등이다. 나머지 한 점은 경주 교동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라 금관은 관테에 세움장식을 못으로 고정한 후 금실이 달린 달개와 곱은옥(옥으로 만들어진 초승달 모양의 장식용 구슬)을 이미 뚫은 관테와 세움장식의 구멍에 집어넣고 매달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를 5일 개최한 가운데 시민들이 1세기에 만들어진 ‘틸리야 테페 금관’을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새, 나뭇가지 등 장식 비슷”

세부적인 제작 기법과 형태를 조목조목 따져보면 틸리야 테페 금관과 신라 금관은 크게 연관성은 없다.

먼저 제작 시기가 다르다. 틸리야 테페 금관은 1세기, 신라 금관은 5~6세기에 만들어졌다.또 틸리야 테페 금관은 조립형이다. 세움장식과 관테를 분리해 보관하다가, 필요 시 조립하는 것이다. 반면 신라 금관은 못으로 세움장식과 관테를 고정했다.

백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틸리야 테페 금관은 다른 형태 금관과 달리 고정식 아닌 분리형”이라며 “이 지역에 사는 유목민은 생활환경 상 언제든지 이동해야 했다. 쉽게 분리해서 가지고 다니려고 애당초 분리형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그런데도 학자들이 틸리야 테페 금관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는 달라도 그 모양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금으로 몸을 치장하는 풍습은 고대 유목민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사르마트족, 흉노족, 선비족, 거란족 무덤에서 금관을 비롯해, 금제 머리 장식이 출토됐다. 여러 금관 중 사르마트 금관과 아프가니스탄 틸리야 테페 6호묘의 금관이 신라 금관과 비슷한 수지형(樹枝形, 나뭇가지 모양)대관이다. 두 금관은 나무 또는 나뭇가지 모양의 세움장식이나 달개·새·옥 장식 등이 5~6세기 신라 금관과 비슷하다.

백 학예연구사는 “틸리야 테페 금관의 형태를 봤을 때, 맨 위에 장식된 새옹장식의 나뭇가지나 상징적인 새모양, 관테, 반짝이는 황금 영락 등이 굉장히 신라 금관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금관은 만들어진 시기가 너무 달라 직접적 연관성은 적지만, 장식의 상징적 의미가 비슷해 문화적 교류차원에서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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