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스벤 크라머(네덜란드)는 24일(한국시간) 실격으로 이 종목 금메달을 이승훈(21.한국체대)에게 넘겨 준 뒤 좀체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승훈에 4.05초 앞선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때만 하더라도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인 크라머는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 이어 2관왕을 차지한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뿐 코치가 레이스 도중 레인을 제대로 교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선글라스를 집어던지고 레인 마크를 걷어찼다.
크라머는 경기 뒤 기자들을 만나 "지금 너무 힘들다"며 "바른 선택을 하려고 했는데 코너를 돌기 직전 코치로부터 얘기를 듣고 결정을 바꾸었다"며 코치에게 잘못을 돌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너무 화가 난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아주 짧은 순간에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경기의 집중에 관한 문제였는데 내 실수는 아니었다"고도 말했다.
크라머는 이날 경기에서 8바퀴를 남겨 둔 상황에서 진입할 때 위치를 헷갈려 아웃코스로 들어가려다 황급히 인코스로 자리를 바꿨다. 하지만 원래 들어가야 했던 자리는 아웃코스였기 때문에 크라머는 인코스를 두 번 탔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코치와 크라머 사이에 오해가 있어 레인을 잘 못 탄 것 같다고 보도했다.
크라머는 하지만 "얼음 위에 있었던 선수는 나였다. 이 때문에 내가 잘 탔어야 했다"며 체념했다.
이승훈을 비롯한 세 명의 메달리스트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크라머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경기장 벤치에 혼자 허탈하게 앉아 있었다.
AP통신은 크라머가 '서투른 실수(Amateurish mistake)'를 저질렀다면서 이날 경기는 가장 확실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유망주가 기본적인 경기 규칙을 지치지 않아 금메달을 놓친 경기로 기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