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 경기에서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따낸 후 플라워세리머니에서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가 무등을 태우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천지=김현진 기자] 밴쿠버 동계올림픽 12일째인 24일 이승훈이 빙속 최장거리인 1만 m에서 올림픽 신기록까지 달성하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미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스피드 스케이팅 5000m 은메달을 따냈던 이승훈은 1만 m마저 12분58초5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또 한 번 빙속의 역사를 다시 썼다.

빙속에서 최장거리인 1만 m는 400m 트랙을 25바퀴나 돌아야 하는 그야말로 체력소모가 많아 빙속의 마라톤이라 불린다. 여기서도 이승훈이 12분58초55로 통과하면서 금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쇼트트랙 선수에서 빙속 선수로 전향한 지 7개월여 만에 이룬 쾌거다. 이승훈은 2009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쇼트트랙 1000m, 1500m, 3000m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쇼트트랙의 기대주였으나, 지난해 4월 진행된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승훈은 좌절하지 않고, 올림픽에 어떻게든 출전하고자 하는 갈망으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했고, 놀랍게도 10월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발탁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승훈이 1만 m는 공식대회 세 번째 도전 만에 금메달을 이뤄 냈다는 것이다. 국제대회는 지난 1월 아시아 선수권대회 출전이 유일했고,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2번째 국제대회 출전이었다. 당시 자신이 세웠던 한국기록 13분21초04를 불과 45일 만에 21초49나 단축시키는 놀라운 괴력을 발휘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승훈은 8조 가운데 5조에 속해 네덜란드의 반 데 키에프트 아르젠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고, 초반 순항하던 이승훈은 2000m를 통과할 때부터 선두 기록보다 2초까지 앞서면서 다시 한 번 메달 가능성을 보였다.

계속해서 이승훈은 랩타임을 31초대로 유지해 나가며 기록차를 벌렸고, 5000m에서는 1위보다 6초 이상 앞당기면서 메달의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

5바퀴를 남기고는 같이 레이스를 펼친 아르젠을 1바퀴 이상으로 벌렸고, 1바퀴를 남기고는 추월까지 하는 진풍경을 보이며 힘차게 막판 스퍼트를 펼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국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은 물론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우며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동메달을 확보한 채 이승훈은 세계기록 보유자인 마지막 8조 스벤 크라머의 경기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크라머가 이승훈보다 기록은 앞서며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인코스를 연속 2번 도는 실수를 범하며 실격을 당해 이승훈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혜성 같이 나타난 이승훈이 세계기록 보유자인 크라머를 당황하게 만들어 이 같은 실수까지 범하게 하는 행운까지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승훈의 금메달은 모태범, 이상화에 이어 한국 빙속의 3번째였으며, 모태범과 함께 메달 2개를 따낸 선수가 됐다.

특히 이승훈의 올림픽 신기록은 빙질이 안 좋기로 소문난 오벌 경기장에서 처음으로 나온 스피드 스케이팅 신기록이었다. 빙질까지 이겨낸 또 하나의 쾌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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