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머 실격 행운 겹쳐 남자 10000m 아시아 선수로 첫 우승

이승훈(22, 한국체육대)이 다시 한번 일을 냈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번에는 남자 100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승훈은 24일 캐나다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벌어진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12분 58초 55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가장 마지막에 뛴 세계신기록 보유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이승훈보다 4초 빨리 결승선을 끊었지만 경기 도중 라인을 넘었다는 판정으로 실격당했다.

특히 이승훈의 이날 기록은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대회에서 요침 우이트데하게(네덜란드)가 작성했던 12분 58초 92의 올림픽 신기록을 0.37초 앞당겼다.

또 이승훈은 남자 5000m 은메달로 아시아 선수 장거리 첫 메달을 기록한 데 이어 아시아 선수 장거리 첫 금메달까지 따내 이번 대회 영웅으로 떠올랐다. 남자 10000m는 미국 선수가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을 뿐 올림픽에서는 모두 유럽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갔고 지난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는 네덜란드 선수가 3회 연속 정상에 오른 종목이다.

5조에서 아르옌 반 데 키에프트(네덜란드)와 경기를 시작한 이승훈은 거칠 것이 없었다. 출발 때문에 늦을 수밖에 없는 첫 바퀴를 33초 89로 주파한 이승훈은 두 번째 바퀴부터 역주를 시작, 3200m까지 30초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후 체력 안배를 위해 31초대 초반을 유지한 이승훈은 끝까지 스피드를 잃지 않은 채 독주를 이어갔고 마지막 바퀴에서는 반 데 키에프트를 한 바퀴 이상 추월하며 당당하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지막 바퀴는 혼신의 스퍼트로 25바퀴 가운데 가장 빠른 30초 29로 돌았다.

남은 것은 6조부터 8조에 남아있는 여섯 명의 선수였으나 6, 7조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6조의 알렉시스 콘틴(프랑스)과 마르코 베버(독일)은 이승훈보다 크게 뒤졌고 토리노 대회에 이어 2연패(連覇)를 노리는 밥 데 용(네덜란드)도 이승훈보다 8초 이상 뒤졌다.

이제 남은 것은 세계 신기록 보유자이자 세계 1위인 크라머와 세계 3위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였고 크라머는 이승훈의 뛰어난 기록을 의식한 듯 초반부터 스피드를 유지한 끝에 12분 54초 50으로 결승선을 끊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승훈의 올림픽 신기록이 깨지면서 이승훈은 은메달을 확정짓는 듯 보였으나 크라머가 코너를 도는 도중 선을 넘었다는 판정으로 실격이 되면서 이승훈의 메달 색깔이 금색으로 바뀌었다.

이승훈이 자신의 국제 대회 첫 10000m 출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