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반기 높은 성장률.하반기에 둔화"
"금융중심지되려면 목표 분명히 정립해야"

(홍콩=연합뉴스)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의 윤치원(51)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4.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특히 1분기와 2분기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뒤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데 대해 "(서울의) 금융센터가 특정 지역이나 아시아 지역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세계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지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회장은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이같이 전망하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은 금년 상반기에 평균 7.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뒤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올해 미국은 3%, 유럽은 2.4%, 중국은 9%, 일본은 1.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중국의 경우 정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9%로 예상한 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과 관련, 윤 회장은 "중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과잉투자, 과도한 자산공급, 높은 주택 가격 등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재정난을 계기로 일각에서 `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윤 회장은 "현재의 환경에서는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Market volatility)이 예상된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이 정치적 리스크나 정부 규제 리스크와 같은 도전에 직면할 수 있지만 세계경제는 확실히 회복될 것이며 최근의 시장 흐름은 정상적인 상태"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또 "아시아 금융시장의 파이프 라인은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면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식욕'은 주식이나 고정수입상품(fixed income products) 분야에서 강력한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UBS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한 것과 관련해 윤 회장은 "UBS는 장기적인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환골탈태'(fundamental transformation)를 진행하고 있으며 1년 동안 재무 상태를 안정시켰다"면서 "지난 9일 UBS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세전 순이익이 12억달러였으며 모든 사업부분이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데 대해 "싱가포르의 경우 자산관리 및 자산운용 분야에서, 홍콩은 투자은행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서울의) 금융센터가 특정 지역이나 아시아 지역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세계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자산 계층을 목표로 하는지를 분명히 정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회장은 또 "금융중심지로 성공하기 위해선 감독 환경이 강력하고 투명해야 하며 금융시장 자체가 개방되고 경쟁적이어야 한다"면서 "아울러 도시환경 자체가 코스모폴리탄적이고 효율적이며 시스템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로리 태프너에 이어 UBS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겸 CEO에 임명된 윤 회장은 한국인으로는 국제금융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97년 주식 파생상품 부문 대표로 UBS에 합류, 2004년 아시아 주식 부문 대표를 거쳐 2008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주식 부문과 아시아태평양 주식.고정수입 부문 대표를 역임했다.

윤 회장은 한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마친 뒤 외교관이었던 부친을 따라 일찍부터 브라질, 인도네시아, 포르투갈 등 해외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전기공학 학사학위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윤 회장은 미국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1986년 메릴린치에 입사하면서 월가에서 금융 파생상품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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