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박사가 며칠 전 향년 87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토플러는 저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s)’을 통해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을 지나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을 거쳐 ‘제3의 물결’인 정보화혁명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난 2000년에는 이미 3D프린터 시대를 예견했다.

토플러의 통찰력과 예지력은 남다른 필력과 독서습관 그리고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뉴욕대 영문과 출신이었지만 용접공으로 5년간 일하면서 지적능력과 직업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백악관 출입기자 이후 IBM 등 굴지의 IT기업에서 일하면서 정보화 사회를 예측할 수 있었다. 토플러는 또 하루 7개의 신문을 보던 신문광이자 양치질하면서까지 책을 읽는 독서광이기도 했다. 그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 미래를 지배하는 힘은 읽고, 생각하고, 소통하는 능력에 좌우된다”며 독서와 소통능력을 매우 강조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어 전직 대통령들과 인연을 맺고 다양한 조언을 했다. 그중 2001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제출한 그의 보고서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에선 “다른 국가들이 여러 세대 동안 이룩한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의 이행을 한국은 근면, 지혜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단 1세대 만에 완성했다”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한국은 지식기반경제라는 선진 경제에 참여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또 ‘일본이 앞서 겪은 실수를 한국이 되풀이 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더불어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토플러가 우리에게 남긴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판단과 변화는 우리의 몫이다. ‘일본을 닮지 말자’면서 닮아가는 모습은 그의 우려가 일부 현실화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옳은 것을 택해 국가를 발전적으로 이끌 실질적 책임은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있다. 토플러는 떠났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이 지혜로운 멘토가 남긴 조언들을 곱씹으며 한국의 미래를 깊이 있게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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