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레스토랑에서 1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인질극이 정부 특공대원들의 진압작전으로 13시간만에 종료됐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음식점에서 발생한 테러에서 22명이 사망한 가운데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이슬람 경전인 ‘쿠란’ 암송 여부가 생사를 갈랐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A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이번 테러의 생존자인 하스낫 카림의 부친인 레자울 카림은 “괴한들은 인질 모두에게 쿠란을 읊조리라고 하면서 종교 성향을 체크했다”며 “한두 구절 정도 외운 사람들은 무사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고문당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이날 무장괴한들이 오후 9시께 다카의 외교공관 지역에 있는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 식당에 난입한 사건은 매우 계획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들 총을 든 괴한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당시 수십 명의 외국인과 방글라데시인들이 저녁을 먹던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 식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허공에 총을 쏘아대던 이들 괴한은 식당 종업원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한 뒤 CCTV를 의식해 검은 옷으로 신분을 감췄다. 생존자들은 2층의 지붕 또는 뒷문으로 달아나 살아남을 수 있었다.

괴한들에게 잡힌 인질 35명 중 쿠란을 외우지 못한 이탈리아인 9명, 일본인 1명, 방글라데시인 3명, 인도인 1명 등 20명의 인질은 괴한들의 흉기에 살해됐다. 벵골어를 쓰는 한 인도 의사는 자신을 방글라데시 사람인 것처럼 속여 무사히 풀려나기도 했다.

극단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2일 새벽 10시간 동안 대치한 끝에 테러범 6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 인질 13명을 구조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생존자와 테러범을 상대로 정확한 인질극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이번 테러와 관련 “종교를 믿는 사람은 이 같은 행동을 할 수가 없다”며 “그들(테러범)은 아무 종교도 믿지 않는다. 그들이 믿는 유일한 종교는 테러리즘이다”라며 비난했다. 하시나 총리는 희생자를 기리며 이틀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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