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이지영 기자] 이른바 88만 원 세대가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불의? 환경오염의 주범들? 아마도 ‘간지 나지 않는’ 것들이 아닐까.

특정 정치인이 싫은 이유가 ‘추해서’라니. 스키니 진에 큼직한 스카프를 멋들어지게 두른 이들을 보노라면 과연 그럴 만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인생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어서, 취업을 목표로 ‘스펙’을 쌓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어도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다른 이들은 가능성이라고 부르지만 본인들은 안개 속을 걷는 듯한 청춘.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진심어린 멘토링을 해 주고 있는가. 추한 것을 용서할 수 없는 88만 원 세대에게 아름다운 작품과 함께 예술가들의 삶에서 배우는 지혜보다 더 좋은 멘토링이 있을까.

그리하여 여기 한 권의 책 ‘그림에서 만난 나의 멘토’를 건넨다. 당당해서 아름답지만 어디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색깔’ 있는 멘토, 속 깊은 멘토링

어느 시대에나 예술로 성공하기는 힘들고, 미술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드물다.

수많은 습작과 훈련,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개성, 비난과 찬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배짱, 인정받기까지 가난과 무명을 견디는 인내, 자신의 재능을 알리기 위한 치밀한 전략까지.

이 모든 것을 넘어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면 그들의 삶에 귀 기울여볼 만하지 않은가.

이 책은 작품만큼이나 개성 있게 살았던 대가들 19명의 인생을 조근조근 소개하면서 속 깊은 멘토링을 전한다. 우리의 안목과 인식을 넓혀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작품들과 함께.

<< 인생의 허를 찌르는 한마디 >>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던 파블로 카잘스는 아흔다섯의 나이에도 여전히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연습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왜냐면 내 연주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라오.”(117쪽)

예술가로서 한창나이인 쉰 살에서 말년까지 류머티즘으로 붓조차 잡을 수 없었던 르누아르. 그러나 손목에 붓을 묶어 끊임없이 그린다. 그러면서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다.
“고통은 금방 지나가버리지. 그러나 영원히 남는 게 있다네.”(139쪽)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리고 있을 때이다. 높은 천장에 사다리를 대고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그리고 있는 그에게 친구 화가가 타박을 주었다.
“그렇게 높은 천장에 그리는 그림인데 뭘 그렇게까지 정성을 들이나? 어차피 여기 아래서 올려다보는 사람 시력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단 말일세. 구석까지 잘 그렸는지 누가 알겠나?”
그러자 미켈란젤로가 대답했다.
“누가 알긴? 바로 내가 알고 있지.”(111쪽)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과장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성급한 단답형 정답이 아닌 속 깊은 친구가 건네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취업의 문, 풀리지 않는 연애, 얄팍한 주머니,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 잠시 이것들을 내려놓고 예술가들의 삶에 귀 기울여 보자. 삶의 길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윤정은 지음/ 돋을새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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