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각기 자국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갈등은 영국과 EU를 넘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되어 하루아침에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정치마저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말았다. 일부 영국 국민들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향수를 저버리지 못한 채, 악수(惡手)를 자처했다. 이 같은 민족주의, 이기주의와 같은 종말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역시 시대를 역행하는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며 지원과 동반관계에 있는 우방과 주변국가들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며, 미국의 불안한 미래를 예측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속내를 파고들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며 모험주의적 욕망을 채워가고 있다.

오늘의 선진서구문명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합리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이며, 그 합리주의는 세계를 선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서구는 오늘의 자신들을 만들어 준 합리주의를 버리고 봉건주의와 민족주의라는 과거 문맹(文盲)시대로 회귀(回歸)하는 모양새를 갖춰 나가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지구촌이라는 말과 같이,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인류공동체를 향한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 등의 홍익적 사상과 문화가 일부 정치인들의 광기어린 사상과 도전에 물들어 빛을 잃으며 세계는 지금 미쳐가고 있는 것이다. 서구선진문명의 모범국이라 자타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영국, 국민들이 기본권을 유지하며 복지제도와 함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에 제도적으로 잘 정비된 신사의 나라 영국이 순간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럽공동체의 일원으로 다민족 다종교의 수용이 가능한 나라에서 이민 수용정책의 반발이 가져온 반이민정서는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세력과 맞물리면서 ‘브렉시트’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영국은 물론 EU를 넘어 세계를 순식간에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즉, 정복자의 본성이 드러난 것인가. 영국은 아직도 유럽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자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나라들이 세계에 얼마든지 있다는 오만 섞인 시대착오적 계산이 EU가입 43년 만에 탈퇴(브렉시트)라는 자충수를 두게 한 것이다. 이제 영국은 세계 선도국에서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자중지란으로 인해 세계의 근심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과연 기우(杞憂)로만 끝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은 우연으로 나타난 것일까. 원인 없는 결과는 없을 것이다.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종교에 대한 이해 없이 세계정세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영국과 미국, 이 두 나라는 오늘날까지 세계를 움직여 가는 데 있어 가장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존재해 왔음을 부인할 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영향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두 나라의 공통점이 있다면 ‘정복’이다. 오늘 영국과 미국이 있게 한 정신은 바로 정복이요 정복자의 정신이다. 정복해 나가는 방법의 차이는 조금씩 다를 수 있었겠으나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아메리카 합중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정복이었다. 그래서 두 나라는 정복자의 굴레를 벗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정복의 길에는 늘 종교 즉, 신의 이름을 앞세웠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종교와 신의 이름으로 정복해 나갔고 살육의 역사를 자행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종교가 남을 정복하고 살육하게 했겠는가. 종교의 이름을 빙자한 거짓종교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는 대목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이기주의 분위기 확산 뒤에는 이 같은 종교적 모순이 잠재돼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잘 포장되고 미화돼 있다가 이제 때가 되어 일시에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혼돈이요 혼란이니, 지금이야말로 혼돈의 시대며 거짓 종교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불고 있는 이러한 시대적 종교적 문화적 격변기를 잘 대비해 ‘서기동래’라 하듯, 새로운 시대를 리드해 나가는 나라와 국민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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