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태경 기자] 세계화는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하며 자본과 노동의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세계화의 중심에는 영국이 있었다. 198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신(新)자유주의적 경제 개편은 금융 세계화 등을 매개로 전 세계로 확산됐다. 글로벌 자본은 한국의 미래 성장성을 보고 기업과 주식에 투자했고, 그에 힘입어 한국경제는 세계 6위의 수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브렉시트는 그런 세계화 체제에 균열을 냈고, 교역 자유화로 성장해온 기존 세계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특히 한국은 소규모 개방 경제이자 무역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에 영국의 역주행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영국 수출 규모는 전체 수출액의 1.4%인 73억 9000만 달러이다. 전체 수출국 중 16위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과의 무역규모를 봤을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해 보이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다. 현재 EU는 미국과 함께 중국의 2대 수출국으로, 중국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한다. 중국의 대(對)영국 수출 비중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브렉시트로 EU와 영국의 경기가 위축된다면 중국의 수출산업 또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EU 수출이 부진해지면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으로서는 수출 애로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 중 중간재 수출은 1000억 달러가 넘는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주요 수출품으로 중국의 수출둔화는 한국 경제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외국인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대규모 자금의 이동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은 433조 9600억원으로 이 중 미국계 자금이 172조 8200억원으로 1위, 영국계 자금이 36조 477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영국계 자금이 지금까지 단기 투자 성향을 보여 왔기 때문에 주식을 팔고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2011년도 그리스발 유럽재정 위기 때 영국계 자금은 8조원을 넘게 순매도하고 이탈했다. 지난해 브렉시트 논란으로 파운드화가 떨어진 그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체 유럽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7조원 가까운 순매도를 보였다.

팀 오차드 피델리티 아시아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현시점에서 리스크 오프(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 투자는 신흥시장 또는 아시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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