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의 배우 김상호가 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첫 주연
몸 사리지 않은 연기로 ‘순태’역 소화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둥근 숲 위에 하얀 사막이 펼쳐졌다. 바로 배우 김상호의 머리다. 두상은 틀로 찍어낸 것처럼 둥글지만 이마와 경계선이 없는 민머리다. 다른 민머리와는 다르게 정수리를 둥글게 둘러싼 뽀글뽀글한 머리카락이 인상적이다.

대중들은 김상호라는 이름보다 그의 얼굴을 많이 알 것이다. 사기꾼, 사냥꾼, 갑판장, 옆집아저씨, 보안관, 신부, 마을주민, 생수배달원, 이장, 고구려 노예상, 철거용역반장, 쇼트트랙 코치, 형사, 취객, 타짜 등 그는 정말 다양한 역할로 브라운관과 스크린 오고가며 얼굴을 비쳤다.

그가 이번엔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감독 권종관, 특별수사)’에서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영화 ‘특별수사’에서 김상호가 맡은 권순태 역은 몸집이 건장한 양아치 출신의 택시기사였던 사형수다. 이 때문에 무서운 아저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김상호는 매우 편하고 유쾌했다. 이야기하다가 매우 웃겨서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연기 이야기를 시작하면 프로다운 면모를 인터뷰에 임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 잘 넘어가면 돼요. 시나리오를 읽는 데 불편하고 잡생각이 나면 저한테는 안 맞는 거죠. 다른 사람한텐 명작일 수 있겠지만 제 기준으로는 재미없는 것이에요.”

김상호는 이번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첫 주연작으로 ‘특별수사’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난 후 순태가 떠오르는 스틸 컷이 있었다. 눈보라가 부는데 야생동물 한 마리가 그 눈보라를 버티고 있는 거다. 숨을 때도 없고 도망갈 때도 없다”며 “순태를 생각하니 그 장면이 생각나더라. 감독님한테 얘기했더니 ‘맞습니다. 가시죠’ 해서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의 배우 김상호가 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번 영화는 유난히 과격한 액션 장면이 많다. 특히 순태가 링겔줄로 자신의 목을 조이는 장면은 관객이 불안할 정도로 실감이 난다.

김상호는 “그 장면을 찍으면서 다치진 않았으나 징글징글하다. 밤새 찍었기 때문”이라며 “새벽 4~5시 끝나고 세트장 앞에서 회식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술이 안 들어갔다. 그 (권종관)감독님 잔인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의 연기 인생 시작은 연극이었다. 서울에서 연극을 하다가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라면 장사를 하고 있을 때 지금의 아내와 교제 중이었다. 김상호는 “연극을 안 하니까 하고 싶어서 미치겠더라. 지금의 아내이기도 한 여자친구에게 ‘미치겠다’고 말했더니 ‘나 행복하게 해줄 자신 있어요’라고 묻더라”라며 “‘자신 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행복하긴 개뿔 옥탑방에서 살아서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은 열심히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남기고 싶었어요. 기왕 태어난 거 경주에서 그냥 살다가 죽을 순 없잖아요. 한번 꿈틀하고 죽어야지. 그 마음이었어요.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연극을 하면 이름을 알리진 못해요. 그래서 연극하다가 그만뒀다가 다시 연극을 할 때 호평을 받았어요. 그쯤에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영화 오디션 봐서 캐스팅됐고 영화 쪽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죠.”

▲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의 배우 김상호가 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연기에 대해 “재밌다”고 표현했다. 김상호는 “재미있고, 좋다. 그건 막을 수가 없다. 그건 부모도 말릴 수 없다”며 “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어떻게’ ‘왜’냐는 질문이 통하겠느냐. 그래서 가난하고 돈 없어도 하는 거잖다. 물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보편적인 말일 수 있는데 ‘저 사람 연기하는 거 보면 기분 좋다’라는 괜찮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그런 직업이잖아요. 관객들이 5일 일하고 영화 보고 충전해서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시는데 저를 보고 많은 분이 행복해했으면 좋겠어요. ‘힘 난다’ ‘편안하다’ 그런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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