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재투표하자”… 하원청원 서명 80만명 넘어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 진행하겠다”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세계가 우려했던 ‘브렉시트(Brexit) 블랙홀’이 결국 열렸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길에 대한 ‘공포’로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유가와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지난 30년래 가장 많이 떨어졌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내에선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EU 존립 자체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독일 등 EU를 주도하는 국가들은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로 영국에 빠른 탈퇴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나갈 거면 빨리 나가라. 10월은 늦다”며 조속한 협상 개시를 주문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EU 창설 회원국들을 주축으로 25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 거의 매일 EU 회원국의 회의 일정이 예정돼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르면 오는 28∼29일 EU 정상회의에서 국민투표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설마가 현실로’

지난해 총선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지금의 상황을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2월 브렉시트 투표날짜를 확정할 때도 ‘설마’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투표날짜가 임박하면서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캐머런 총리도 사태가 커지자 투표 전날까지 탈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결국 영국은 EU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캐머런 총리가 보수당 결집과 EU와의 재협상을 위해 꺼낸 카드는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투표 전부터 캐머런 총리에 국론 분열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고, 탈퇴 결정 이후 잔류 진영의 패배 책임론까지 가세했다. 결국 24일(현지시간) 캐머런 총리는 오는 10월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反이민·반EU 정서 표출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도박은 영국인들에게 내재된 불만을 분출시켰다.

겉으로 드러난 건 ‘주는 것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 지난해 영국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조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EU에 내야 했다. 하지만 돌려받는 수혜금은 15조원에 그쳤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만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투표를 앞두고 OECD·IMF 등 국제기구들과 경제학자들은 “EU를 이탈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이라고 잇달아 경고했다. EU를 벗어났을 때 경제적 손실이 더 크다는 경고였지만 영국의 선택은 ‘이탈’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에는 영국 내 반(反) 이민·반EU 정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의 강력한 규제에 대한 불만과 과거 대영제국의 향수가 ‘EU 탈퇴’를 견인했다.

탈퇴 캠페인을 벌였던 진영은 ‘통제권을 되찾자(Take Back Control)’라는 슬로건을 걸고 활동했다. 자국의 통제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은 “영국의 법 중 65%가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만들어진다”며 EU의 강력한 규제에 대한 영국인들의 불만을 자극했다.

또 섬나라인 지리적 특성과 과거 대영제국의 향수를 바탕으로 영국은 다른 EU 국가들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빅토리아(1819~1901) 여왕 시절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렸다. 전 세계에 식민지를 보유해 영국에서 해가 져도 영국의 식민 하에 있는 다른 국가에서 해가 뜨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대영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루며 전 세계를 호령했다.

이 시절을 기억하는 영국에게 EU의 강력한 규제는 ‘족쇄’처럼 여겨졌다. 특히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EU는 회원국 간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복지가 좋은 영국으로 이민자들이 쏟아졌다.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독립 움직임

하지만 이번 결정이 대영제국의 영광을 되찾아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선 독립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첫 수반이자 스코틀랜드독립당(SNP) 대표인 니콜라 스터전은 24일 영국의 이번 투표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 내에서 잔류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큰 탓에 국민투표가 끝이 났지만 영국의 국론 분열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표 결과에 반발하며 재투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의회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재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80만명(한국시간 25일 오후 5시 기준)이 넘게 서명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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