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가운데)이 수도 예레반의 공항에서 아르메니아 정교회 수장 가레긴 2세(왼쪽),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과 함께 환영 행사를 보고 있다. 교황은 이날부터 사흘간 아르메니아를 순방한다. (출처: 뉴시스)

아르메니아 각료 기립 박수… 터키 반발 예상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아르메니아를 순방한다. 301년 아사시드왕조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해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국가인 아르메니아를 방문하는 역대 교황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번째이다.

교황은 방문 첫날 아르메니아 대통령궁에서 연설을 통해 1세기 전 오스만제국(터키의 전신)이 아르메니아인들을 대규모로 살해한 사건을 ‘집단학살’이라고 언급해 터키와의 갈등이 전망된다.

교황은 “슬프게도 그 비극은, 그 ‘집단학살’은 지난 세기 일어난 일련의 개탄스러운 재난의 첫 시작이었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교황은 “이런 일은 모든 민족의 절멸을 계획하는 수준까지 가해자의 마음을 더럽힌 뒤틀린 인종적, 이념적, 종교적 목적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을 비롯해 각료와 정치인, 종교 지도자들은 교황의 이 같은 발언에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교황은 지난해 1차 세계대전 기간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숨지게 한 것을 집단학살로 규정했다. 그는 2015년 4월 바티칸에서 열린 아르메니아 참사 100주년 기념미사에서 1915년부터 몇 년간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 다수를 숨지게 한 사건을 ‘20세기의 첫 집단학살’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터키는 바티칸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을 대규모로 살해한 사건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는 문제와 희생자 수 등을 놓고 대립해왔다. 국제사회에서도 논란이 일어 많은 역사학자와 프랑스, 러시아, 그리스 등 상당수 나라들이 이 사건을 집단학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터키는 희생자 수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졌을 뿐 아니라 당시 내전 중에 무고한 무슬림 터키인들도 다수 숨졌다며 반박하고 있다.

바티칸에 따르면 교황은 순방 둘째 날인 25일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추모하는 대표적인 장소인 수도 예레반의 대학살박물관(Tsitsernakaberd)을 방문한 다음 현지 수도원을 찾는다. 이후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과 회담한다.

교황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가톨릭과 러시아정교회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이 아르메니아 정교회 수장 가레긴 2세와 함께 미사를 집전한다. 이는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화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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