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영국이 끝내 유럽연합에 등을 돌렸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가 현실화되면서 정부와 산업계는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와 시장은 조금씩 다르게 평가하지만 한국 경제는 이미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 혼돈 한동안 지속

브렉시트 공포는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코스피 지수는 3% 넘게 급락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내린 1925.24로 폭락했다. 2012년 5월 18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개장 초반 2000선을 넘기기도 했지만, EU 탈퇴에 무게가 실리자 지수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코스닥은 32.36포인트(4.76%) 하락한 647.16으로 마감했다.

브렉시트 공포에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심화되자 원·달러 환율도 폭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9.7원 오른 1179.9원에 마감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됐고, 이로 인해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높은 편으로, 브렉시트가 상당 기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국계 자금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약 36조원의 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8%에 해당한다. 지난 3~5월 영국계 자금의 코스피 순매수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다.

전문가들은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브렉시트 충격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한동안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이자 당국도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합동으로 이날부터 ‘비상금융상황대응팀’을 꾸려 국내외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했다.

일단 우리나라는 영국에 대한 무역·금융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고 직접접인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 등에 따른 간접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과의 FTA 재협상 필요

지난해 한국의 대(對)유럽연합 수출액 480억 달러 중 73억 9000만 달러가 영국에서 나왔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성장률 둔화로 대영수출 부진이 우려된다. 한·EU FTA가 더 이상 영국에 적용될 수 없기에 영국과 별도의 FTA 협상도 필요해졌다.

영국이 EU를 실제로 탈퇴하기까지는 2년의 유예기간이 있다. 영국이 EU와의 협상을 통해 지금과 같이 자유롭게 EU와 역내 교역을 할 수도 있으나 협상이 길어지면 불확실성이 커져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는 영국이 EU를 떠나기로 한 만큼 영국과의 교역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교역체계를 서둘러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4일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영국, EU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와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도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유출, 환율 급등과 같은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EU 체제 유지 문제까지 번질 경우 세계경기 위축에 불확실성까지 증대됨에 따라 국내경제에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나라가 영국과 새로운 FTA 체결을 서두를 것을 요구했다.

무역협회는 “영국의 EU 탈퇴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영국과의 새로운 FTA 체결에 나서고 EU·영국 수출과 투자전략도 새로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