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아파트공사로 성장가 사라질 위기 막아야
윤주 ㈔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상임고문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여기저기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이름도 없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애국지사들이 많지만 공적이 저평가된 애국지사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한 분이 이봉창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봉창 의사는 우리나라의 항일운동 역사상 유일하게 일왕을 직접 겨냥해 처단하려 했던 독립운동가다. 일제강점기 1932년 1월 8일 오전 11시 44분, 일본 도쿄 요요기 연병장에서 신년 관병식(觀兵式)을 마치고 궁성으로 돌아가는 일왕 히로히토를 향해 이봉창 의사는 폭탄을 던졌으나 안타깝게도 폭탄이 빗겨가면서 실패로 끝났다.

일본인들에게 현인신(現人神)으로 추앙받는 존재인 일왕을 제거하고 조선의 독립 의지를 천명하고자 84년 전 죽음의 불구덩이로 뛰어들었던 이봉창 의사는 비록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잠자고 있던 우리의 독립의지를 깨웠고, 이는 훗날 윤봉길 의사의 상해의거(1932. 4. 29) 등을 비롯한 애국지사들의 활발한 항일 독립투쟁으로 이어지게 됐다.

윤 의사의 상해의거도 이 의사의 의거가 없었다면 크게 성공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봉창 의사가 던진 폭탄의 성능이 약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개량했기 때문에 석 달 남짓 뒤 윤 의사는 성능이 월등히 높은 폭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한국의 독립운동가 중 가장 대역죄인으로 꼽고 있는 이가 안중근 의사도 윤봉길 의사도 아닌 이봉창 의사다. 이유는 일왕을 처단하려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일은 이 의사는 건국훈장 심사에서 1등급이 아닌 2등급을 받아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분명히 의거 성공여부에만 초점을 두고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봉창 의사의 성장가(살던 집) 자리에 지어지게 될 아파트의 분양이 완료됐고, 곧 공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용산구청을 방문한 결과 확인됐다.

몇 년간 이봉창의사생가복원위원회에서는 성장가 복원을 하려고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빠졌다. 이의사는 서울 용산구에서 태어나서 25세까지 용산구에서 줄곧 자랐다. 태어난 곳의 정확한 자리는 추정할 뿐 확인이 불가하지만 성장가는 효창동 118번지로 확인되고 있다. 11살부터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인 25세까지 생활했던 집이다.

그런데 이곳이 용산 ‘제4구역재개발’에 포함돼 아파트가 건립예정이다. 설계도를 보면 이봉창의사의 성장가는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이는 곧 25년간 용산구에서 보낸 유적(흔적)이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의사의 기념 조형물은 현재 효창공원인근에 있는 동상이 전부다. 그나마 효창공원역 1번출구에 있던 생가표지석도 잘못된 장소에 설치했기 때문에 철거됐다. 다른 유명한 독립운동가들의 기념사업은 활발한 데 비해 이의사 기념사업은 굉장히 미비하다.

이 의사가 미혼이라 후손이 없었던 데다 현인신 천황을 응징한 대역죄로 방계도 혹독한 탄압으로 몰락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9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한의 후손들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은 내고장 인물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는 기념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반면 이 의사는 서울 태생이라 내고장 홍보대상도 안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개인의 책임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책무다. 우선적으로는 용산구에서 자기지역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이 의사에 대해 더 이상은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의사의 성장가는 아파트 설계도를 수정해서라도 반드시 바로 그 자리에 복원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다른 곳에 복원한다면 유적으로도 가치가 없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된다. 지금 이 같은 위기를 직면한 상황을 천상에서 지켜보고 있을 이의사의 심정이 어떨지를 생각해 봤음 한다. 독립운동의 파급효과로 봤을 때는 큰 성공을 거둔 의거이건만 이같이 자신의 고장, 나아가 조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서러워할까. 우리는 지나온 역사 앞에 후손으로서 이봉창 의사를 지켜주지 못하는 죄를 더 이상은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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