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군대생활을 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족구에 대한 추억이 많다. 족구는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군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운동이다. 나날이 무사하기를 빌며 생사를 넘나드는 힘든 생활을 하는 군인들이 족구를 좋아하는 것은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고 체력증진과 단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시공간적으로 군인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족구만한 것이 없다. 축구는 일정 수준의 규모를 갖춘 운동장이 필요하고, 농구나 배구 등은 실내체육관 등을 갖춰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후방 각지에서 군인들이 공통적으로 즐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족구는 다르다. ‘발로하는 배구’라고 할 수 있는 족구는 좁은 공간에서도 여러 명이 편을 나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우리나라에서 태동한 유일한 구기종목이다. 족구는 1960년대 공군조종사들에 의해 규칙이 만들어져 군을 중심으로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전방 휴전선을 지키는 야전군인이나 후방 지원부대서도 족구는 분대, 소대, 중대 나아가 사단, 군단 대항 대회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군대에서 대표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필자도 35년 전 육군특수부대인 특전사에서 초급장교로 근무 중일 때 족구를 즐겨했다. 부대 비번이거나, 수요일 전투체력의 날 때 주로 이웃 중대 또는 중대 자체로 족구를 많이 했다. 햇볕이 잘 드는 넓은 운동장에서 또는 막사 뒤편 좁은 공간에서도 족구를 통해 부대원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공감을 가질 수 있었다. 간혹 부대원과 치킨과 저녁값, 막걸리 등을 걸고 내기 경기를 하기도 했다. 내기 경기에 들어가면 중대원들이 실수하지 않기 위해 동작 하나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모습들이 지금도 아련한 기억으로 되살아나곤 한다.

족구에 관한 추억이 다시 떠오른 것은 지난 17일 국방컨벤션에서 있었던 2016서강ROTCian의 밤 때문이었다. 필자는 서강대 ROTC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데, 전후방 각 임지로 떠나는 후배 신임 소위들을 격려하기 위한 이날 행사서 특강 연사로 박종선 상명대 석좌교수(전 육사교장, 예비역 육군중장)를 초청했다. 박 장군은 초급장교들이 갖춰야 할 복무지침과 기본자세 등에 관해 이론과 사례 등을 들어 설명했다. 그가 초급장교들이 지휘관으로서 현실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강조한 것 중의 하나는 사격, 뜀걸음과 함께 족구 능력을 갖추라는 것이었다.

박 장군은 “부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군인이라면 사격, 뜀걸음, 족구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며 “사격, 뜀걸음은 개인적인 전투능력 향상을 위해 필요하고, 족구는 팀워크와 조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40여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그가 족구를 스스로도 가장 즐겨하고 선후배 지휘관들에 추천한 것은 여러 장점을 수반하기 때문이었다. 동료애, 속도감, 즐거움, 인내력, 공격성 등 다섯 가지를 족구의 장점으로 꼽았다. 족구는 군인에게 필요한 요소들인 5가지를 배양하는 데 아주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장군은 “족구는 전투행위를 경기로 변형시킨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과 같이 족구에서의 승부욕은 군인으로서 필요한 여러 자질을 습득하게 한다. 족구를 하는 동안 서로를 배려하면서 좋아하기도 하고 위기에 몰릴 때는 인내를 해야 한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숨 막히는 공격전환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필자와 특전사에서 군대생활을 같이 하기도 한 박 장군은 당시 부대 내에서도 가장 탁월한 지휘관으로 인정받았었는데, 아마도 ‘족구전도사’의 덕을 톡톡히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방 사단장과 육사교장으로 재임한 그는 보통 한번 받기도 했던 대통령 표창을 두 번 받은 명지휘관으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이제는 생활체육으로서 범국민적인 각광을 받은 족구를 한국을 상징하는 민족의 스포츠로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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