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태경기자]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50%에서 1.25%로 인하했다. 내수와 수출부진, 구조조정으로 인한 경기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소비둔화, 기업 투자 위축, 실업자 증가 등의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금리 인하만으로는 실물경기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초저금리 상황을 맞아 시중 유동성이 대거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으로 이동해 버블(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식·부동산으로 몰리는 돈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생산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고객예탁금 잔액은 26조 1809억원으로 전일보다 1조 9626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7월 20일 종전 최대치(24조 7030억원)를 1조 5000억원이나 뛰어넘는 수치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날만 1조원 넘게 급증했다.

주식거래활동계좌수도 17일 기준 올 초 대비 100만 개 넘게 증가한 2247만 3849개에 달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올해 1분기에만 20조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잔액(평잔 기준)은 154조 1170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20조 7425억원이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이자는 거의 없지만 고객이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기에 투자 기회가 생길 경우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바로 유입될 수 있다.

부동산 버블 조짐은 이미 꿈틀대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가격은 한 달 새 1억원 이상 뛰었다. 재건축 단지의 영향으로 5년 만에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가 3.3㎡당 33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6주 연속 보합새에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금리인하로 투자와 소비를 끌어올려 실물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기업이 빚을 내 투자에 나서기도 조심스런 상황이다. 오히려 시중의 돈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버블 조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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