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태경 기자] 사상 최악의 주거난에 처한 20~30세대가 치솟는 전셋값을 견디다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전셋값, 그리고 있던 물량마저 반전세·월세로 전환하면서 주거비용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차라 리 빚을 내 집을 사겠다”고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2월부터 가계부채 증가를 잡기 위해 주택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지만, 전세난과 월세에 부담을 느낀 20~30세대가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분기 부동산 규제 완화를 한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3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0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26조원가량이 신규로 집행됐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현황에 따르면 3월 말 30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1조원으로 3개월 새 10조 4000억원(11%) 증가했다.

30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3년 67조원, 2014년 74조7000억원, 2015년 90조6000억원, 2016년 3월 말 101조원으로 집계됐다.

20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3년 4조3000억원, 2014년 4조8000억원 2015년 6조5000억원, 2016년 3월 9조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30대는 올해 초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뒤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꺾인 뒤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30대가 받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작년 한 해 동안 15조 9000억원 늘었는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증가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20대가 받은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지난해 말 6조 5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4% 늘어난 9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30세대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은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 이자를 받는 것보다 월세로 얻는 수익이 높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 물량 부족, 전세금 폭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소비의 주체인 젊은층이 가계빚 폭증으로 하우스 푸어로 전락해 소비둔화와 내수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주 의원은 “미래를 위해 가처분 소득을 축적하고, 소비해야 할 20~30대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며 “올해 들어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했는데도 20~30대 대출 액수는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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