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태경 기자] 영국의 EU 탈퇴 투표를 앞두고 세계 금융시장은 혼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 내 28개국이 속해 있는 EU는 인구 5억명, 국내총생산(GDP) 18조 달러, 전 세계 GDP의 23%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이다. 세계 5위 경제대국인 영국은 EU 인구의 13%, 경제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금융의 중심인 영국이 EU를 이탈하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소용돌이 치는 세계 경제

브렉시트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으로 담을 쌓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고 자본의 이동도 제한된다.

LG경제연구원은 브렉시트 시 영국 경제가 10~15년에 걸쳐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관세였던 EU 역내무역과 EU의 FTA 체결국과의 교역이 관세화되면서 영국의 수출이 위축되고 수입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협상을 통해 지금과 같이 자유롭게 EU와 역내 교역을 할 수도 있으나 협상이 길어지면 불확실성이 커져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EU 탈퇴 시 영국의 이익은 한해 35조원 수준인 분담금을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유로존을 이끄는 독일과 프랑스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유로존 국가들의 연쇄 이탈을 불러올 경우 독일과 프랑스의 유로존 장악력이 위태로워질 뿐 아니라 유로존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브렉시트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최근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마이너스 금리가 국제 채권시장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불안한 韓… 영국계 자금만 36조

국내경제 역시 브렉스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對)유럽연합 수출액은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9%인 480억 달러이다. 이 중 73억 9000만 달러가 영국에서 나왔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성장률 둔화로 대영수출 부진이 우려되며, 한·EU FTA가 더 이상 영국에 적용될 수 없기에 영국과 별도의 FTA 협상이 필요하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높은 편으로, 브렉시트가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현실화 시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의 유출 또한 우려했다. 특히 올해 3∼4월 국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은 약 36조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8%에 해당한다. 지난 3~5월 영국계 자금의 코스피 순매수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여부에 따라 영국계 자금 흐름의 방향성이 크게 변동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증권가와 금융가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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