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의 권종관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타인 끌어들여 사건 해결하는 희생자
순태 캐릭터 다른 범죄물과 차별돼

여사님 내실 장면, 배우들 ‘힘’ 필요
몸 쓰지 않지만 긴장감 느껴지는 장면

사우나 몸싸움 장면 배우들 연기 보며
희열 느끼다 보니 ‘컷’ 할 지점 놓쳐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여자의 성장을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표현한 영화 ‘S다이어리’는 한 여자가 사랑에 상처받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유쾌·상쾌·통쾌 3쾌로 풀어낸 영화다. 200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제작과 연출을 맡은 권종관 감독 특유의 유머와 섬세함이 담겨 있어 ‘특별한 코미디’로 흥행에 성공했다.

권 감독은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부문 최우수작품상’ ‘제7회 제주신영영화제 우수작품상’ ‘제37회 대종상영화제 단편영화상’ ‘제38회 대종상영화제 단편영화상’ ‘제2회 대한민국 영상대전 우수상’ 등 단편영화로 다양한 상을 휩쓸기도 한 실력자다.

그가 이번엔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특별수사)’로 관객들을 찾는다. ‘특별수사’는 실력도 싹수도 최고인 브로커 ‘필재(김명민 분)’가 사형수로부터 의문의 편지를 받은 뒤 세상을 뒤흔들었던 ‘대해재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권 감독은 재벌가 며느리 살인사건이라는 묵직한 이야기를 재기발랄한 캐릭터들로 더운 여름의 얼음 동동 띄운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풀어냈다.

지난 10일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권종관 감독을 만나 그의 영화 이야기를 들어 봤다.

“범죄물이잖아요. 어쨌든 단서를 바탕으로 수사하고, 대결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중요한 거죠. 이 외에 드라마적인 부분을 보여줘야 해서 그것을 이끌어줄 캐릭터를 만드는 데 힘을 많이 썼어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기도 하죠.”

▲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스틸. (제공: NEW)

‘특별수사’는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권 감독은 “보통의 범죄물은 가해자와 희생자가 있고, 주인공인 희생자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다른 인물이 이 사건을 해결한다면 희생자는 단초나 계기를 제공하고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두 가지를 다 가져가고 싶었다”며 “그래서 (김)상호 선배가 표현해준 순태가 중요한 역할이다. 순태와 향기가 표현해준 동현이 다른 범죄물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특별수사’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권 감독의 연출력으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협동심으로 완성됐다. 특히 ‘필재(김명민 분)’를 중심으로 ‘순태(김상호 분)’ ‘여사님(김영애 분)’ ‘판수(성동일 분)’ ‘박소장(김뢰하 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환상의 호흡을 뽐낸다.

“이번 영화는 특히 많은 경험을 했어요. ‘여사님 내실’의 장면은 몸을 쓰진 않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고, 제한된 공간에 여러 인물이 대결해야 하는 장면이죠.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전적으로 배우들의 힘이 필요한 장면입니다. 세트에서 여러 번의 리허설을 거쳐 완성했어요. 큰 맥락만 던진 후 촬영이 진행됐고, 배우들의 연륜과 경험치 그런 것들이 잘 느껴진 장면이 됐죠.”

하지만 우여곡절도 있었다. 앞서 배우 김명민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목욕탕 몸싸움 신은 육체적인 부분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감독님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만감이 교차하는 장면”이라며 “권 감독과 면담을 2번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 감독은 “정말 힘든 촬영이어서 서로 풀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배우들이 힘들었던 장면이었다”며 “먼저 어느 정도까지 할지 공유하고 가는 데 실제로는 배우들이 더 깊게 들어가니까 위험할 수 있었던 장면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스틸. (제공: NEW)

그는 “필재가 사우나에서 목 졸리는 장면은 시작할 때 어느 정도쯤에서 ‘컷’을 하겠다고 예상했다. 감독이 ‘컷’하기 전까지는 가야 한다는 배우들의 프로의식이 있었다”며 “나중에 ‘배우가 어떻게 먼저 컷을 하느냐’고 이야기 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모니터를 보면서 사실적인 배우들의 연기에 희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컷’하는 지점을 놓치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배우의 한계치에 거의 다다랐다”며 “지금은 (김)명민씨나 저나 관객들에게 리얼하게 좋은 그림으로 전달하면 더 바라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배우나 스텝, 제작진이 공통적으로 생각한 게 ‘우리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자’였어요. 이 정도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했지만 고생이라고 말할 순 없는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즐겼기 때문이죠. 소통이 잘 되는 현장이었어요. 그게 관객들에게 전달돼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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