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쿠버=연합뉴스) 21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미터 경기에서 박승희가 질주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대표팀의 막내 박승희(18.광문고)가 처음 출전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위기의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 힘을 보탰다.

박승희는 21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17초927의 기록으로 3위에 올라 언니 이은별(연수여고)과 나란히 이번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의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케이트에 소질을 나타내며 선수 생활을 시작한 박승희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2004년 전국남녀 쇼트트랙대회에 출전해 여자 초등부 500m 2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박승희는 이듬해 국내대회에서 출전할 때마다 대회 신기록을 새로 쓰며 실력을 쑥쑥 키워나갔다.

박승희는 중학생 때였던 2007년 일찌감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대회에 나서기 시작했다.

2007년 10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2007-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1,000m 금메달까지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진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상위권 실력을 유지하며 가능성을 보인 박승희는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000m 계주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박승희에게 국제무대의 벽은 아직 높았다.

박승희는 2008-2009 시즌 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6차례 대회를 치르는 동안 개인 종목에서는 단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하며 부진했다.

부진을 딛고 2009년 4월 종합선수권대회 겸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대회 신기록으로 500m 우승을 차지하고 종합 2위에 오르며 국가대표 지위를 유지한 박승희는 이를 악물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듣는 여자 대표팀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평소의 2~3배에 달하는 훈련을 묵묵히 참고 견뎠다.

처음 밟는 동계올림픽 무대는 역시 쉽지 않았다. 박승희는 여자 500m 예선에서 단 한 경기밖에 치르지 못한 채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막내는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21일 1,500m에서 결승에 오른 박승희는 레이스 중반 가장 앞으로 치고 나가 한동안 1위를 지켰다.

'깜짝 금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이었지만, 오버페이스를 한 탓에 막판 3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외신에서도 이은별 정도만을 은메달 후보로 주목한 상황에서 박승희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저력이 여전함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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