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거리 병풍. (출처: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조선시대의 궁중화·민화 걸작전… ‘문자도·책거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어좌 뒤의 서가를 돌아보며 입시한 대신들에게 이르기를, ‘경들도 보이는가’ 하시었다. 대신들이 ‘보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어찌 경들이 진자 책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책이 아니라 그림이다. 옛날 정자가 이르기를 비록 책을 읽을 수 없다 하더라도 서실에 들어가 책을 만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였다.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이 그림으로 인해서 알게 되었다.”

정조의 홍재전서(弘齋全書) 권162, 일득록에서 보는 것처럼 조선후기 정조대왕은 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좌 뒤에 흔히 놓았던 일월도(日月圖) 자리에는 책가도(冊架圖)가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책가도는 ‘책거리 그림’이라는 뜻으로 책가 안에 책을 비롯해 도자기, 문방구, 안경, 과일, 청동기, 향로 등이 함께 그려진 그림을 말한다.

정조는 책가도를 통해 학문을 숭상하고 책을 통해서 정치의 뜻을 실현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보여줬다. 궁중에서 시작된 책가도는 민간에도 유행해 책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약 200년 동안 한 국가에서 지속됐다.

조선시대 다양한 책가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서예박물관 재개관을 기념해 예술의전당은 현대화랑과 손잡고 오는 11일부터 오는 8월 28일까지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책거리’전을 연다.

 

민화 58점이 1, 2부로 나뉘어 공개된다.

전시에는 ‘책가도’ 6폭 병풍(삼성미술관리움 소장, 개인소장)과 ‘책거리’ 병풍(서울미술관소장, 개인소장)을 비롯해 궁중화원 이형록이 그린 ‘책가도’ 병풍(국립박물관소장)과 ‘백수백복도’ (서울역사박물관), ‘자수책거리’ (용인 민속촌 소장) 등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책가도와 함께 문자도도 전시된다. 문자도는 말 그대로 문자를 축으로 그림을 그려 넣은 글자이자 그림이다.

조선사회에서는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 여덟 자에 담긴 뜻을 새기고 교육했다. 문자도의 목적은 유교 사회가 합의한 인간상의 이상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후기로 갈수록 장수와 건강, 복과 번영, 개인의 안녕과 소망과 연관된 자연물을 그림 기호와 연결하는 정보적이고도 창의적인 발상의 글자이자 그림으로 변화됐다.

문자도는 사대부의 관념적인 산수화와 달리 이야기와 현실을 재미있게 연결하는 대중의 의사소통 성에 따른 익명의 창의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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