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항아리, 조선 18세기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한평생 한국미 탐색, 박물관 발전에 헌신
탄생 100주년, 국립중앙박물관서 특별전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한국의 흰 빛깔과 공예 미술에 표현된 둥근 맛은 한국적인 조형미의 특이한 체질의 하나이다. 더구나 조선시대 백자 항아리들에 표현된 원의 어진 맛은 그 흰 바탕색과 아울러 너무나 욕심이 없고 너무나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최순우 ‘한국미(韓國美) 한국의 마음’-백자 달항아리).’

혜곡(兮谷) 최순우(1916~1984)는 달항아리의 흰빛과 완벽하지 않은 원의 조형을 우리 민족의 어진 마음에 빗대어 풀어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으로 유명한 최순우는 도자기와 목공예, 회화 분야에서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긴 미술사학자이자 박물관인이다.

▲ 돌함과 뼈단지, 통일신라 9세기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최순우는 1945년 개성부립박물관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평생 박물관에 재직했다. 1974년엔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취임, 문화재 수집과 조사 및 연구, 전시, 교육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한국전쟁 중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주력하고 한일협정 당시 문화재 반환을 위해 힘써왔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그의 남다른 심미안과 해석은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는 최순우 탄생 100주년이다. 이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최순우가 아끼고 좋아했던 작품을 그의 글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슬픈 얼굴인가 하고 보면 그리 슬픈 것 같이 보이지 않고, 미소 짓고 계신가 하고 바라보면 준엄한 기운이 입가에 간신히 흐르는 미소를 누르고 있어서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함을 뼈저리게 해 주는 것이 이 부처님의 미덕이다. 단순화된 삼산보관 양식과 너그러운 이맛전 그리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조촐한 입매에서 풍기는 담담한 미소를 보고 있으면 어질고 너그러운 한국인의 핏줄을 느끼는 것은 결코 나 혼자만의 환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최순우는 저서 ‘한국미, 한국의 마음’에서 금동반가사유상(국보 83호)을 이같이 해석했다. 국보 83호 상은 일본에 있는 고류사 상과 한자리에 전시하는 논의가 양국에서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전시회에 전시된 반가사유상은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의 국보 주구사 목조반가사유상이다.

▲ 국보83호 반가사유상, 삼국 7세기 전반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1층 ‘통일신라실’에선 국보 125호 돌상자와 뼈단지를 볼 수 있다. 이는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1965년 한일협정에 의해 우리나라에 돌아와 1967년 국보로 지정됐다. 한일협정 당시 문화재 조사를 담당했던 최순우는 돌상자와 뼈단지가 국보로 지정되기도 전에 뼈단지 관련 글에서 신라인이 가진 형과 선에 대한 감각을 높게 평가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화장법이 유행함에 따라 토기 골호가 많이 구워졌다. 그러나 이러한 녹유골호는 드물었고 또 있다고 하더라도 유색이나 유조가 이처럼 초록색으로 곱고 고르게 나온 예는 없었다. 승렴문(繩簾文)과 초화문(草華文)을 인화(印花)한 화사한 장식과 무던스럽게 빚어낸 둥근 형과 선의 감각은 한국적인 양식을 신라인들이 보여 준 좋은 예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골호에 이렇게 정성들인 석함이 딸려있는 좋은 예이며 아울러 이것은 앞으로 당당한 우리나라 지정국보의 하나로 손꼽게 될 것이 기대된다고 해야겠다.”

이처럼 박물관 상설전시관 9개 실 곳곳에선 최순우가 발견했던 한국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시품에 담긴 한국적 아름다움을 말과 글로 구체화해 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최순우의 글을 읽으면 그가 발견한 순응, 담조, 해학, 파격, 품격, 조화의 미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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