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해병대로 입대한 소녀병들의 모습. (사진제공: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6.25 소년·소녀병 실체 공식 인정

[뉴스천지=송범석 기자] 1950년, 처절한 동족상잔의 비극에 내던져진 학생들은 ‘연필’ 대신 ‘총’을 쥐고 전쟁터에 나갔다. 당시 14~17세에 불과했던 소년·소녀들은 누군가가 죽어서 빈 참호를 지키다가 장렬하게 산화했다. 수 없이 피로 물든 달이 뜨고 지는 공허한 전선에서 그 어린 ‘핏덩어리’들은 결국 조국을 지켜냈다.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평화 속에 소년·소녀병의 이름은 없었다. 아무도 그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의 이름은 이제 ‘영웅’이 아니라 ‘유령’일 뿐이었다

2008년 국가권익위원회는 ‘6.25 참전 소년·소녀병’의 개념을 ‘6.25 전쟁 당시 14~17세 사이 병역의무 없이 참전한 자’로 규정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6.25에 참전한 소년·소녀병은 2만 2천여 명에 달한다. 당시 전쟁에 참전했던 소년·소녀병들은 대부분 중학교 재학생이었고 공부할 시기를 놓쳐버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신체적, 정신적인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문제는 이들이 현재 참전유공자로 지정돼 월 9만 원 상당의 참전명예수당을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소년·소녀병의 징집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국제적인 입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년병을 징집하는 행위는 국제노동기구가 ‘최악의 어린이 노동’으로 인정하고 있을 정도로 국가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유럽총회를 비롯한 국제기구 등에서도 끊임없이 소년병 징집 근절을 외치며 해당 국가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기류 때문에 정부는 그간 ‘소년병 징집’을 사실상 은폐해 왔고,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6.25참전소년병중앙회 등은 줄곧 소년병 실체 인정 및 자신들을 국가유공자로 대우해 줄 것을 요구해 왔고, 결국 국방부는 18일 공식적으로 병적 정정과 전사 기록 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현역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소년·소녀지원병의 실체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들의 병적 정정 작업은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병적기록 작업은 현재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 공식 방침에 따라 국방부 산하 군사편찬연구소는 ‘소년·소녀지원병 6.25 참전사(가제)’ 전사 편찬 작업을 진행한다. 총 3단계로 진행되는 이 작업은 2013년 완료될 전망이다.
참전유공자법도 개정해 보상 규정도 보다 세분화할 방침이며 충혼탑 사업 및 합동위령제 등의 행사 진행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제법상 ‘불법행위’인 소년병 강제 징집 사실을 국가가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다른 국가유공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다소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방부가 추산한 소년·소녀병 생존자는 4700여 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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