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출토된 청동정병. 통일신라시대 유물로 추정된다. 이는 그간 다른 곳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청동정병보다 가장 완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제공: 문화재청)

강원도 삼척 흥전리 사지서 2점 출토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 보존상태 양호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불교에서 정수(淨水)를 담기 위해 사용한 ‘청동정병(靑銅淨甁).’

청동정병은 불교가 융성했던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주로 제작됐던 물병이다. 정병은 본래 승려의 필수품인 18가지 물건 중 하나이던 것에서 점차 부처 앞에 정수를 바치는 공양구로 그 용도의 폭이 확대됐다.

문화재청과 (재)불교문화재연구소가 올해 강원도 삼척 흥전리 사지 발굴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출토된 높이 35㎝의 청동정병 2점은 오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보존 상태가 뛰어나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청동정병은 9세기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발견된 통일신라 청동정병은 8세기 후반경 유물로 경북 군위 인각사 발굴조사 시 일부 훼손된 상태로 출토된 2점과 충남 부여 부소산에서 공사 중 수습된 1점 등 총 3점에 불과하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국보 제92호)’과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국보 제66호)’, ‘청자 양각갈대기러기문 정병(보물 제344호)’은 고려시대 청동정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발굴조사를 통해 흥전리 사지와 청동정병과의 관계를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 청동정병 2점의 보존처리와 정밀분석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할 예정이다. 지난 2일엔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문화재청은 미술사적 연구를 통해 이 청동정병의 가치를 규명하고 청동공예의 양식적 변천과정 등을 밝혀내는 연구도 병행한다.

문화재청은 불교문화의 발자취가 담긴 옛 절터의 실체와 역사적 가치를 규명하고 체계적 보존‧관리‧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전국의 5400여개 옛 절터에 대한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조사 결과 학술‧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중요 사지에 대한 발굴조사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14년부터 발굴조사가 이뤄진 흥전리 사지에서는 금당지(金堂址), 탑지(塔址) 등 주요 가람시설이 확인됐다. 특히 신라시대에 왕이 임명하는 승단의 최고 통솔자 ‘국통(國統)’이 새겨진 비편(碑片)과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의 금동번(깃발) 등이 출토돼 흥전리 사지가 위세 높은 사찰이었을 것으로 문화재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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