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국수화언어법 시행 “농아인 사회활동 증가 기대”
“수어, 눈으로 보는 시각언어 표정과 몸짓 표현 중요”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두 손을 펴서 손등이 위로 손끝이 밖으로 향하게 해 가슴 앞에서 약간 아래로 내린다(오늘). 두 주먹의 엄지와 검지를 펴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하고 턱 양옆에서 동시에 위로 올린 후 손끝이 위로 손바닥이 밖으로 향하게 펴 두 손을 얼굴 앞에서 교차했다가 활짝 벌린다(날씨).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엄지와 검지가 코에 닿게 댄다(좋다). 양손을 바삐 움직이면 “오늘 날씨가 좋아요” 문장이 완성된다.

3일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에서 운영하는 수화(한국수어)교실을 찾았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의 모습이 일반 수업 시작 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시끌벅적한 다른 교실과 달리 고요함이 맴돈다. 그러나 학생들의 양손은 바삐 움직인다.

수강생 정훼숙(여, 55)씨는 “봉사활동 하는 복지관에 청각장애인이 있어 수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수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참석하게 됐다”며 “수어를 배워 청각장애인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수어를 7년째 가르치고 있는 김은혜 강사는 “수어는 언어다. 수어는 귀가 아닌 눈으로 보는 시각 언어”라며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아인의 고유 언어임을 강조했다. 더불어 올해 공포된 한국수어법은 농아인과 한국수어 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올해 8월 시행 예정인 한국수어법안은 한국수어를 한국어와 구별된 우리나라의 공용어로 선언하고, 한국수어 사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을 담고 있다. 한국수어법이 시행되면 약 27만명(2014년 기준) 이상의 농아인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사회활동 참여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김 강사가 운영하는 한국수어반은 초·중·고급반으로 나뉘는데 초급반에서는 한국수어에 대한 흥미 유도와 농아인에 대한 이해,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위주로 교육한다. 수어는 단어와 단어를 모아 만들어지기 때문에 ‘여객선’은 ‘여행+배’, ‘소방차’는 ‘불+자동차’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중급반에서는 초급반에서 습득한 단어를 활용해 농아인과 대화하는 데 자신감을 갖는 데 중점을 둔다. 고급반에서는 실용적이고 관용적인 표현을 배워 한국수어의 능력을 극대화한다.

김 강사는 수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표정과 몸짓’을 꼽았다. 수어는 손을 사용하는 수지 신호와 손 이외의 얼굴이나 눈썹의 움직임, 입 모양 등의 비수지 신호로 의미를 전달하는데 비수지 신호를 잘 사용하면 감정이나 느낌을 더욱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비장애인에게 농아인과의 소통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대부분의 농아인은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일반인이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어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 강사의 설명이다.

김 강사는 “농아인은 늘 수화통역사와 동행할 수 없으므로 일상생활에서 본인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소통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임한다”며 “문제는 농아인이 비장애인에게 소통을 위해 다가가도 비장애인이 농아인을 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어를 못하더라도 필기도구를 이용하면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며 “농아인과의 소통의 벽을 허무는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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