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오면

사이버 민간 외교관 ‘반크’가 제작한 동영상에서 ‘역사의 관심을 잃는 민족은 나라를 잃는다’는 내레이터의 음성이 생각난다.

3.1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91주기 2.8선언이 지나고, 3.1절이 가까이 다가오자 새삼 가슴 저며 오는 영토의 아픈 사연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치 떨리는 식민지의 후유증이 더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얼마 전 일본의 극우세력은 일본의 온라인게임 프로그램 업체 ‘고에이’가 프랑스어로 한국해, 즉 ‘MER DE COREE’로 표기한 유럽의 고지도를 지난해 말 대항해시대 시리즈 최신판인 ‘엘 오리엔테(EL Oriente)’의 도입부에 사용한 것에 대해 압력을 가해 왔다.

고에이 측은 “게임의 배경이 17세기여서 당시 고지도를 그대로 이용했다.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반박해 왔었다. 하지만 압력에 못 이겨 게임업체는 결국 ‘한국해’를 ‘일본해’로 변경했다. 유럽 지도의 동해 표기는 예부터 즉, 16세기엔 ‘동해’, 17~18세기엔 ‘한국해’로 표기돼 왔으며, 일본 측이 주장하는 ‘일본해’ 표기는 19세기 중반 이후에 등장했다.

그렇게 동해가 ‘일본해’로 둔갑한 데는 비양심적 나라 일본과 그 배후에 미국이 있었음을 이제라도 우리 국민들은 제발 좀 바로 알자.

역사는 다음과 같이 증명하고 있다. 1951년 서명된 소위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 2차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종결된 후 샌프란시스코 ‘대일본강화조약’ 초안이 미국에 의해 작성됐다. 제1~5차의 초안까지엔 독도가 한국영토로 명시되어 있었다. 이를 알게 된 당시 일본과도정부는 미국인 고문을 앞세워 독도를 미 공군 레이더기지와 기상관측소로 제공하겠다고 맹렬한 로비활동을 전개, 결국 제6차 초안엔 미국이 독도를 일본영토에 포함시키고 만다.

그러나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연합국이 제6차 미국 초안에 동의하지 않게 되자 ‘대일본강화조약’은 제2조에서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포함하는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하여 독도의 명칭이 누락되게 되었다.

오늘날 일본이 독도를 자기 영토라 주장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와 같은 역사가 숨겨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독도는 독립 섬이 아니다. 울릉도의 부속 섬이란 얘기다. 즉, 울릉도가 한국 영토라면 독도는 자동적으로 한국의 영토가 된다. 그 예로 제주도의 부속 섬으로 우도(牛島)가 있는데, 제주도가 한국 영토면 우도는 자동으로 한국 영토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천 개의 섬들이 강화조약에 명시되지 않았다 해서 한국 영토가 아닌 일본 영토가 되는 것인가. 더 중요하고 명백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준비합의서엔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국제법상 일본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독도를 명백한 한국영토임을 공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오늘의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진 데는 일본의 잘못만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바로 우리의 미숙함이요 무지의 결과임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제라도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미국의 태도를 오늘날 우리는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잠시 미국과 일본이 맺은 ‘가쓰라-태프트밀약’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1894년 조선인을 앞세워 청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은 1905년 7월 27일 아침, 총리 가쓰라와 미국의 태프트 간에 밀약을 추진한다. 미국은 말이 ‘태프트’지 우리가 위인으로 알고 있는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의 필리핀 점령을 위한 일본의 묵인을 얻어내기 위해, 일본은 조선을 가져도 좋다는 더러운 상거래에 조선은 희생양이 되고 만다. 이로써 조선은 5년 뒤 1910년 8월 소위 한일합병으로 그 국운이 다하게 된다. 이처럼 일본이 40여년 우리를 실효 지배할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이 같은 더럽고 치사한 역사의 뒷얘기가 살아있음을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미국의 음흉하고 우유부단한 처사는 약 50년 후 샌프란시코 대일본강화조약에서 또다시 오늘날의 독도로 인한 일본과의 영토분쟁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도도히 흐르는 인류의 역사는 지켜보고 있다. 진실을 버리고 거짓과 왜곡의 끝은 반드시 그 무엇도 아닌 그 역사에 의해 심판받는다는 진리를 기억하라고 한다.

왜곡과 질곡의 역사의 증인 독도, 동쪽 끝 외로운 바위 섬 독도는 오늘도 말없이 역사를 지켜보며, 또 우리의 자세와 정신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그리고 다시는 바보가 되지 말기를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북쪽의 창바이산, 우리 대대손손 내려온 민족의 혼이 되어 오늘까지 함께해온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중국식 명칭으로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민족의 역사가 되어 흘러 흘러온 압록강과 두만강 역시 ‘얄루강’과 ‘투먼강’이란 중국식 명칭으로 둔갑하여 회자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결국 간도의 영구귀속을 꾀하는 동북공정의 치밀한 사기극에 우리의 역사와 진실은 지금도 멍들어 가고 있음을 직시하자. 동서남북을 막론하고 지금 섬들이 울고 있다. 이제 알았으니 우리부터 깨어나서 지혜를 모아 잘못된 저들을 깨우치고, 진실 앞에 굴복하는 그날을 생각하며, 아름다운 미래의 주역이 될 충분한 그릇으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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