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근거한 - CS생명존중문화만들기사업 성과보고회’가 천주교서울대교구청에서 열렸다. (표 출처: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살예방 캠페인 나선 천주교
‘CS생명존중문화만들기’ 3년
“종교기관의 의미 있는 사업”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1. 장모(69, 남)씨는 만성신부전으로 주 3회 투석을 하고 당뇨와 고혈압 등으로 아프지 않을 때가 없었다. 또 재산 때문에 누님과 소송을 진행하는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만만찮았다. 그는 아내와 사별 후 독거하고 있었으며 지난 2013년 자살을 시도했었다. 그는 지난해 5월 고독사했다. 일주일에 두 번 밑반찬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방문하던 봉사자에 의해 발견됐다.

#2. 손모(49, 남)씨는 부인의 불륜으로 별거를 시작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된 데다 자녀들이 엄마와 더 살고 싶어 하는 등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우울증으로 정신병원 입원 전력이 있었으며 술을 너무 자주 마시는 등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해 3월 천주교 산하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이 안부전화를 했다가 자살시도를 확인하고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응급대처 매뉴얼에 따라 조치해 10일 만에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12년 동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추세 가운데 노인 자살률은 더욱 심각해져만 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자살률을 낮추고자 자살예방 종합계획을 세우는 등 고심하고 있지만 자살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천주교계는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생명에 대한 존중 문화를 확산해보고자 3년 전 팔을 걷어붙였다. 천주교서울대교구가 지난 2013년 ‘CS(Caritas SEOUL) 생명존중 문화 만들기사업’에 뛰어들었다. 3년에 걸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등촌7·동작·상계·신당·유락·한빛종합사회복지관과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가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달 30일에는 3년 동안의 성과에 대해 결산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았다. 자체적인 평가는 높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했다.
 

▲ (출처: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 노인자살사망률 다른 연령대 2~3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등촌7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철우)이 통계청 자료를 수집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사망율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거의 매년 65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사망율은 전체 자살사망율에 비해 2~3배 높았다.

2014년 사망원인 통계발표 자료에서도 자살사망율이 가장 높은 나이 대는 85~89세로 인구 10만명당 84.2명이었으며, 90세 이상은 83.7명, 80~84세 75.1명, 75세~79세 66.5명, 70~74세가 51.1명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2~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자살사망율은 70세 이후 구간에서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급증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노인들이 자살충동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신체적·정신적 질환 때문이었다. 2011년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61세 이상 노인의 경우 육체적 질병문제가 45.7%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은 성적·진학문제로, 20~65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자살을 시도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가장 먼저 전문성 향상을 위해 사업 실무자는 물론 기관장과 부장 등을 대상으로 게이트키퍼(보고듣고말하기) 교육을 비롯해 임상사목·어시스트·사례관리·통계 교육 등을 통해 자살에 대한 이론에서 지도까지의 체계를 공유했다. 이후 생명존중활동가를 발굴해 이들을 교육한 후 노인·북한이탈주민 등을 대상으로 산하 5개 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자살인식도를 조사했다.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먼저 생명존중문화만들기 BI를 만들어 캠페인을 공유했다. 자살예방 심포지엄과 주민개방형 토론회, 살자살자콘서트 등을 진행했다.

이번 사업은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기관들이 깊이 있는 협의 ▲응급의료기관과 병원 등의 신속한 연계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들에 대한 ‘생명존중(자살) 민감성 교육(게이트키퍼·어시스트 교육)’의 보편화 ▲지역사회 생명존중활동가 양성을 통해 다층적 차원의 생명네트워크 활성화 ▲자살 고위험군으로 우려되는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조사와 추적조사를 통한 자살사고·우울감 등 변동요인 파악 등 미흡했던 점이 한계로 나타났다.

◆전문가 “가톨릭교회 가르침 실천적 구현”

하지만 복지회는 이를 통해 복지관 직원들이 자살에 대한 민감성이 증대됐고, 지역사회 중심의 생명존중 활동가의 저변이 확대됐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자살 고위험군 대상을 위한 집단 프로그램 개발과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대상자의 긍정성이 변화됐다고 봤다. 또 기초조사와 추적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대상자 관리 시스템 구축도 가능해졌다고 호평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업에 대해 의료기관·지역사회와의 연계 등 부족한 부문을 지적하면서도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양환 교수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실천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며 “사업 전 과정에서 영성에 기초한 전인적 돌봄과 나눔의 실천을 구현하기 위해 직원·대상자·주민을 포함해 전반적인 생명존중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며 종교인으로서의 활동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전명숙 서기관도 “종교기관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의미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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