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에 억눌린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 및 상담치료가 중요”

[뉴스천지=장요한 기자] 교복 찢고 케첩 뿌리기, 속옷 차림으로 바닷물에 빠뜨리기, 알몸 인간피라미드 쌓기 강요….

믿기 어렵겠지만 ‘요즘 졸업식’의 모습이다. 이를 담은 동영상 및 사진도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이제 밀가루를 뿌리거나 계란을 던지는 졸업식 뒤풀이는 옛말이다.

최근 일련의 중고교 졸업식 뒤풀이를 보면 ‘학교 전통이니까’ ‘선배가 시켜서 어쩔 수 없다’ 등의 이유로 선배들에게 폭력을 당한 후배들은 자신이 선배가 되면 또 폭력을 행사한다.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며 폭력이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소년들의 ‘폭력 졸업식 뒤풀이’가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에 따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또 교육방식의 개선과 함께 건전한 놀이문화 형성 및 상담치료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숙명여대 김봉환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요즘은 놀이문화를 형성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시달리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거나 맺힌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며 “일시적인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 폭력이라는 기형적 행태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 정병오 대표도 “현 학교 교육 여건 상 성적이 좋거나 인정받는 아이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학교생활에 기쁨이 없는 아이들은 억눌려 있다”면서 “이러다보니 사회적인 폭력·음란문화에 쉽게 물들게 되고 후배들에게 맘껏 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에 접촉되는 폭력을 행사한 가해 학생들에게는 처벌도 필요하지만 이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루터대 김옥진 상담학과 교수는 “선배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이방인이 되고 왕따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에 선배 말을 거역하지 못한다”며 “처벌은 필요하지만 그 아이들의 폭력성이 환경적·사회적 여건으로 발생한 것이지 아이들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교육 시스템의 피해자라고 본다”며 “아이들이 개선할 여지를 주지 않으면 또 다른 일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 이경자 상임대표는 “잘못된 교육 환경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학생들 탓할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을 바꾸고 순화시켜 줘야 할 어른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헌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 문화와 정서를 바꿔줄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 장치가 학교 현장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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