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함(李涵)이 74세의 나이에 자손들에게 학문과 교육에 힘쓰라는 유언을 남긴 문서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재령이씨 이함의 가족이야기 전시
가족 간에 스승과 제자 돼 유훈 지켜… 아들·손자도 학자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우리 자손들은 선조의 가르침을 잊지 말고 학문에 힘써야 한다. 이익과 욕심의 길로 내달리지 말고 충성과 신의를 가업으로 이어가는 데 힘쓴다면 나는 죽더라도 자손다운 자손을 두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함 유언(보물 제876호)’에 담긴 이함의 가르침이다. 이 유언은 가훈이 돼 후손들의 생활지침서가 됐다. 또 아들과 손자들은 모두 이 유훈을 받들어 학문 정진과 자녀교육에 힘씀으로써 당대의 학자들이 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가족의 달을 맞이해 내년 5월까지 전시하는 ‘재령이씨 이함의 가족 이야기’ 코너에서는 선조의 가르침을 가훈으로 삼아 실천했던 재령이씨 영해파 집안의 자료 130점을 감상할 수 있다. 자손들이 올바르게 살기를 원한 조상의 바람과 그 마음을 헤아려 실천하고자 했던 자손들의 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이다.

재령이씨 영해파는 자미화(紫微花)로 상징되는 영남의 명문가다. 고려 말 경상남도 함안 고려동에 자미화가 활짝 핀 것을 보고 이곳에 은둔한 이오(李午)를 중시조로, 영해 나라골(현 인량리)에 처음 들어온 이애를 입향조로 한다. 그 손자인 이함이 퇴계학을 계승하고 가족 간의 교육을 통해 가학(家學)을 전승하면서 명문가가 된 것이다. 이 집안에선 자미화의 번성이 곧 가족의 번영을 상징한다고 여기고 있다.

▲ 이함의 며느리 안동 장씨가 한글로 저술한 요리서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이번 전시에선 이 가문의 이야기를 아버지(이함), 아들과 손자, 며느리로 구성했다. 먼저 1609년에 영해부(寧海府) 최초로 문과에 급제한 이함의 유훈 관련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이함은 자손들이 임금에게는 충성을, 어버이에게는 효성을 다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도록 집 이름을 ‘충효당(忠孝堂)’이라고 짓고, 말년에는 앞서 소개한 유언을 남겼다.

두 번째로는 이함의 가르침을 받은 아들과 손자들이 가계(家系)를 계승하면서 가학(家學)을 펼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가족 간에 스승과 제자가 돼 집안의 학문을 전승했는데 모두 학자로 이름을 높였다. 그중에 이함의 아들인 이시명(1590~1674)과 손자 이휘일(1619~1672)․이현일(1627~1704) 형제는 사림(士林)의 종장(宗匠)으로 활약했다. 관련 자료로는 이함의 가르침이 담긴 석천서당의 ‘대훈현판’을 비롯해 아들과 손자들의 학문적 성과를 보여주는 문집 등이 있다.

며느리 이야기에선 이함의 며느리이자 이시명의 부인인 안동 장씨(1598〜1681)의 유품이 소개된다. 안동 장씨는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이란 한자 이름이 붙은 ‘음식디미방’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음식디미방은 면·떡·어육·술 등 146가지의 조리법과 저장법이 설명돼 있는 한글 저술 요리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동 장씨가 10대에 지은 시를 남편인 이시명이 쓰고, 며느리이자 이휘일의 부인인 무안 박씨가 수놓은 ‘전가보첩’이 오는 7월 11일까지 특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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