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 사이 공간 바닥에 널브러진 담배꽁초와 빈 담뱃갑을 테크노마트 건물 청소부가 빗자루로 쓸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르포-지하철역 금연구역 가보니]
지하철역 10m 이내 금연구역
4개월 계도 거쳐 9월부터 적발

‘금연’ 소식에 흡연자 어리둥절
“홍보 언제 했냐” 외려 되물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금연구역 지정이요? 처음 들어요.”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 사이 공간. 대학생 이모(26)씨가 여유롭게 담배 한 개피를 피우고 있었다. 기자가 그에게 다가가 ‘이곳(지하철역 10m 이내 지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것을 아느냐’고 묻자, 그는 “진짜요?”라며 깜짝 놀라 했다. 그러면서 담뱃불을 황급히 껐다.

이씨가 담배를 피운 이 장소는 5월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현재 계도기간)된 곳이다. 그는 3년째 이 장소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담배를 피울 수 있어요. 친구들도 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워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김성록(52)씨는 자켓 주머니에 넣어둔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꺼냈다. 기자가 그에게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처음 이곳에 왔다. 건너편 테크노마트 건물에서 일하는데, 지인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흡연실이 있다’고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며 “홍보를 언제 한 거냐”며 기자에게 되레 물었다.

◆‘금연구역’ 흡연자 발길 지속

서울시는 5월부터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로부터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4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9월부터 흡연 적발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그동안 지하철역 출입구 금연제도는 일부 자치구에서만 운영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개정하면서 서울지역 지하철역 모든 출입구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인 지하철역 앞의 간접흡연을 막고 국민의 건강 증진을 향상하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시는 지하철역 출입구 벽면과 계단 등에 빨간색 금연 안내표지판을 부착했다. 또 출입구로부터 10m되는 지점의 보도 위에는 금연을 나타내는 픽토그램(그림문자)을 찍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계도기간임에도 강변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 공간은 흡연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기자가 30여분 이곳에 서 있는 동안 17명의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갔다. 피운 담배는 그대로 바닥에 버려졌다. 그렇게 쌓인 담배꽁초 개수를 눈으로 세 보아도 160여개나 됐다. 보도블록 틈과 전봇대 뒤에 강제로 밀어 넣은 것까지 세보면 200여개는 족히 돼 보였다.

구청과 테크노마트 건물 청소부가 이곳의 구역을 나눠 하루에 몇 차례씩 청소하고 있지만, 흡연자들의 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테크노마트 건물 청소부는 “테크노마트를 이용하는 사람 등 주변 건물 이용자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와서 이곳에서 담배를 많이 피운다. 오죽했으면 (우리가) 이곳을 청소하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는 노인·장애인 등 노약자가 많이 이용하는 곳인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담배 냄새를 맡아야만 한다”며 “흡연자들이 뱉은 침을 밟아 미끄러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 전봇대 뒤 작은 틈에 버려진 빈 담뱃갑. ⓒ천지일보(뉴스천지)

◆‘흡연자 의식 개선’ 노력 필요

이렇다보니 흡연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해 홍보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광진구의 경우 5월에 1회 캠페인을 실시했고, 6월에도 1회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실정이다.

김준하 흡연제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계도기간은 단속보다는 사람들에게 금연구역을 인지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금연구역 표시판 등) 내용물이 많지만,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도 있어서 캠페인 등 홍보를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철역 주변 10m 이내 금연구역’ 지정이 흡연자들의 장소만 이동시켰을 뿐,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을 없애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역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선주(25, 여)씨는 “지하철역 가까이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줄어든 거 같다”며 “하지만 10m를 조금만 벗어나면 쉽게 담배 피우는 장면을 목격한다. 결국 비흡연자들은 담배 연기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또 날씨가 더워지면서 흡연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밖으로 나오고 있다”며 “흡연실 안 시설을 바꿔 흡연자들도 흡연실을 더 편하게 이용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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