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점용허가 건축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랑의교회의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DB

대법, 도로점용허가 “주민소송 대상” 1.2심 원심파기 환송
대책위 “행정처분이 특혜 줄 경우 주민소송 대상 첫 사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건축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법정 소송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서울 서초구 주민들이 서초구청을 상대로 ‘사랑의교회 도로점용 및 건축허가를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은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각하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주민소송 대상이 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지난 27일 황일근 전 서초구의원 등 주민 6명이 서초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도로점용 및 건축허가 처분 무효’ 소송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환송했다.

2006년 도입된 주민소송 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예산집행 등을 견제하기 위해 주민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내는 공익소송으로 ‘납세자 소송’이라고도 부른다.

▲ 서초구청은 어린이집을 교회 측이 지어 서초구에 기부채납하고 점용료 2억 3500만원을 징수하는 조건으로, 서초역 일대 참나리길 지하공간 1077.98㎡를 쓰도록 도로점용과 건축 허가를 내줘 논란을 빚었다. 사진은 서초역 지하 통로에서 사랑의교회로 들어가는 입구. ⓒ천지일보(뉴스천지)

사랑의교회 공공도로점용허가 논란은 대법원 맞은편에 위치한 사랑의교회가 지난 2009년 교회건물을 신축하면서 ‘건물에 인접한 폭 12m도로의 지하에 예배당을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점용허가 신청을 서초구청에 내면서 빚어졌다.

 

사랑의교회가 점유하는 부분은 폭 12m도로의 지하로 폭 7m, 길이 154m에 달했다. 2010년 4월 서초구청은 325㎡규모의 어린이집을 교회 측이 지어 서초구에 기부채납하고 점용료 2억 3500만원을 징수하는 조건으로, 서초역 일대 참나리길 지하공간 1077.98㎡를 쓰도록 도로점용과 건축 허가를 내줬다.

개신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특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서초구 주민들은 서초구에 1, 2차 공개질의서를 발송, 급기야 2011년 12월 서울시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서울시는 2012년 6월 사랑의교회 주민감사 결과 ‘공공도로지하점용이 위법하다’는 감사내용을 발표하고, 서초구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황일근 서초구의원 등 주민들은 지난 2012년 8월과 9월 서초구청을 상대로 ‘도로점용 및 건축허가 처분 무효’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주민들은 소장에서 “사랑의교회가 공공도로를 점유할 수 있도록 한 구청의 허가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이 허가의 취소와 함께 위법적 허가를 내줘 공익을 침해한 당시 구 공무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감사청구한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주민소송을 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2심 판결 뒤집은 대법, 서울행정법원으로 환송

2013년과 2014년 1.2심 재판부는 “도로점용 및 건축 허가 처분은 지방자치법 17조가 규정한 주민소송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청구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지난 27일 항고심에서 “도로 등 공물을 특정 사인이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점용허가가 도로 등의 본래 기능 및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될 경우 주민소송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관리·처분에 해당한다”며 “사랑의교회가 점유한 도로 지하부분에 대한 점용허가의 목적은 그 부분을 지하에 건설되는 종교시설 부지로서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점용의 용도가 공익적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도로점용허가는 실질적으로 위 도로 지하부분의 사용가치를 제3자로 하여금 활용하도록 하는 임대 유사한 행위”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인 도로부지의 재산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의 ‘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 ‘사랑의교회 신축관련 주민소송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법 판결 환영… “공공재산은 공공의 품으로”

‘사랑의교회 신축관련 주민소송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대법원은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1심과 2심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며 “이번 판결로 사랑의교회 건립 과정에서 이루어진 온갖 특혜와 권력유착을 밝혀내고 사회정의를 이루어낼 또 한 번의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 재산을 공공의 품으로 다시 가져올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며 “추후 이런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부터 이번 사건을 변호해온 김형남 변호사(법무법인 신아)는 “개인에게 공공도로의 지하점용을 허가해준 전례없는 일에 대한 위법성을 법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행정처분이 개인에게 특혜를 줄 경우 주민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결과로 판단된다”며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주민소송이 실질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판결로 사랑의교회가 당장 지하 예배당 부분을 철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서울행정법원으로 환송된 이 사건은 원심에서 서초구의 도로점용허가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했는지가 다시 판단될 예정이다. 주민소송이 시작하면 지하도로점용을 놓고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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