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돌연변이’ 스틸. (제공: 디딤돌)

어긋난 대화 낯익어… “말도 안되는 상황, 당연하게 보인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제2회 무죽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는 N포 세대 청춘들의 현실을 솔직하게 그려낸 극단 디딤돌의 ‘돌연변이(임대일 연출, 신바람 작가)’다.

연극 ‘돌연변이’는 배우들의 노래로 시작된다. 배우들은 “우리는 청춘 N포 세대. 우리는 청춘 N포 세대. 우리는 청춘 N포 세대”라고 노래 부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춤을 춘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행동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선용수(선류환 분)’는 어릴 적 사고로 머리를 다쳐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장애인으로 어머니가 운영하는 무탄트 고시원에서 총무로 일하고 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어머니 때문에 걱정이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무탄트 고시원에는 지방경찰서장인 아버지와 싸우고 일명 ‘빵셔틀’을 시키던 ‘성수민(성수민 분)’의 방에 얹혀사는 ‘허예슬(허예슬 분)’과 호스트바에 다니면서 배우의 꿈을 키우는 ‘임영민(임영민 분)’, 과거에는 잘나가는 아이돌이었지만 현재는 밤무대 가수 겸 인터넷 방송 BJ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손소희(손소희 분)’, 전도사 ‘장재혁(장재혁 분)’ 등이 살고 있다.

한사람이 누우면 다른 사람은 똑바로 누울 수도 없는 작은 방이지만 이들은 방이 있는 것에 감사하

▲ 연극 ‘돌연변이’ 스틸. (제공: 디딤돌)

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채업자 ‘범시원(범시원 분)’이 고시원으로 들이닥쳤다. 범시원은 아무런 설명 없이 고시원의 한 방을 차지하고는 무조건 3일 이내에 모든 세입자에게 방을 빼라고 한다. 갑자기 떨어진 날벼락에 세입자들은 이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논한다.

“형제님. 어쩔 수 없군요. 제가 저 깡패를 해치우겠습니다!”

“그런데요. 전도사님. 기독교인들은 죄짓고, 회개하고, 죄짓고, 회개하고 하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신앙을 해왔지만 기독교를 이용하는 것 같아 싫었어요. 나한테 성 상납을 강요한 에이전시 사장도 장로였어요.”

“저는 사람을 티 안 나게 때릴 수 있어요. 꼬집기가 특기에요!”

“그건 제가 장담할게요!”

그런데 비상사태를 의논하는 이들의 대화가 이상하다. 비상사태를 해결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바쁘다. 한쪽에선 허예슬과 성수민이 싸우고 있고, 장재혁은 무술 실력을 발휘하면서 범시원을 때려눕히기 바쁘다. 그와 중에 선용수는 엄마를 찾다가 기절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이들은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연극 ‘돌연변이’는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혼란에서 시작됐다. 등장 인물들은 같은 세대에서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인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우리의 청춘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과 아픔, 이루지 못한 꿈을 소재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임대일 연출은 청춘들의 불통을 재해석했다. 그는 “이 작품은 창작 코미디로 실제 배우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그것이 우리나라 청춘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라며 “친구가 사채를 지고 나라에 구제받고, 아이돌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 상납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사회에 만연하다”고 말했다.

▲ 연극 ‘돌연변이’ 스틸. (제공: 디딤돌)

그는 “청춘을 보면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용기·희망을 품자는 말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극 중에서 보면 자기들끼리 심각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당연하게 보인다. 실제로 요즘 청춘들이 그렇다. 이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은 코미디 같은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지만 말도 안 되게 웃기기도 한다”며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울면서 자신의 부모를 봤을 땐 울지 않는 청춘들이 문제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청춘들에게 돌리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인지 극 중 주인공들은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가 닥쳐도 너무나도 태연하게 자신의 일을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간섭하거나 받기도 싫은 돌연변이인 것이다.

단 이번 무대가 첫 데뷔 작품인 배우들의 연기가 아쉽다. 코미디임에도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하는지 배우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배우들의 열정이 가득한 연극 ‘돌연변이’는 오는 6월 5일까지 극단 ‘동국’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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