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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진주박물관 특별전 ‘진주상무사: 진주상인 100년의 기록’
발품 팔던 조선 보부상부터 오늘날 상인조직 개설까지
유물·문화재 200여점 전시 당시 잡화상점 재현 코너도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어과상 김재근 년이십오 진주장내인(魚果商 金載根 年二十五 晉州掌內人).’

호패로 보이는 나뭇조각의 앞면에 새겨져 있는 글귀다. 뒷면엔 ‘갑신 입참(甲申 入參)’이라는 말과 함께 ‘우사(右社)’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이는 호패가 아니라 어물과 과일을 파는 상인 김재근(25)이 갑신년(1884년)에 가입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보부상 신분증’이다.

진주에서는 1884년 1월에 공식적인 시전이 등장했다. 시전이란 일정한 장소에서 상업을 하는 조직이나 기관을 일컫는다. 진주 지역의 보부상과 상인단체는 1895년부터는 진주군수가 분사무장을 맡은 진주상무사(晋州商務社)를 통해 보호·관리를 받았다. 이는 현 진주상공회의소의 전신이기도 하다.

국립진주박물관이 ‘진주상무사: 진주상인 100년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특별전에서는 아직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다양한 유물과 보부상 관련 문화재 등 20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앞서 박물관은 진주상무사와 진주상공회의소로부터 진주 상인 조직에서 사용된 각종 인장과 문서, 현판 등 86건 98점의 유물을 기증받았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유물을 보존처리해 공개하는 것으로 진주상무사라는 상인 조직을 중심으로 진주지역 상인의 역사를 조명하는 자리다. 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에서 대한제국,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급변한 시대적 상황에서 100년간의 진주 상업을 돌아볼 수 있다”며 “이 지역 상업의 변천 과정과 상공인들의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곰방대 물고, 산 건너 물 건너: 보부상에서 유래한 진주 상인’이라는 주제로 조선 후기부터 개항 직전까지의 이 지역 상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 코너에선 진주상무사와 경남 창녕·고령상무사 유물을 비교 전시하고 당시 상거래에 이용된 화폐와 도량형, 진주지역 유통 상품이 전시됐다.

특히 촉작대라고도 하는 물금장이 눈에 띈다. 이는 패랭이와 함께 보부상을 상징하는 지팡이였다. 지팡이의 윗부분엔 ‘고령좌지사물금장高靈左支社勿禁杖’이라고 쓰여 있어 고령 지역의 보부상이 사용하는 지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848년에 작성된 어과전 청금록은 19세기 전반에 진주 지역의 보부상 조직이 갖춰진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1834년 당시 부상(등짐장수)의 임원 명단이 기록돼 있다. 어과전이란 물고기류와 과일을 파는 부상을 말한다.

‘기울어가는 나라, 힘 잃은 상인들: 개항 이후 움츠려든 진주상인’을 주제로 한 2부에선 1876년 개항 이후부터 1910년까지 국가의 보호 하에 성장하는 진주 지역 상인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1887년 진주를 비롯한 7개 읍 보부상들이 시장세 질서를 바로잡은 경상우병사 한규설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의 탁본도 전시했다.

3부는 ‘상인들이여, 다시 힘을 모으자: 자발적인 진주상인 조직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일제강점기 진주상인의 경제적 이익 보호를 위한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코너다. 이곳에선 영수증·사진 등 근대 자료는 물론 지역 상공인들이 의연금을 모아 1937년 홍수로 무너진 상무사 건물의 재건을 주도한 내용을 담은 유물 등도 소개된다.

한편 특별전 특별코너에서는 ‘옛날 진주상인의 초대’에서 당시 유통된 생활용품을 판매했던 잡화상점을 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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